설 명절 앞두고 천대받던 부세 '금값'에 거래
국내 최초 중국 부세바이어 왕쥔강씨 인터뷰
"중국서 춘절에 부세는 부잣집서 부르는게 값"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3마리에 430만원이라는 믿기 힘든 값을 받아낸 부세의 모습이다.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가짜 조기라는 오명으로 천대를 받던 생선인 '부세'가 금값으로 경매되면서 제주의 수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제주지역에는 32년만에 몰아친 최강 한파로 설 대목을 앞둔 도내 수산물경매가 중단됐다.

3일만에 개장(27일)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항에 위치한 한림수협공판장에는 날이 밝지 않았음에도 불구 오전 6시가 시작되자 경매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삐~익'하고 울려퍼졌다. 한림수협 중도매인들은 호루라기 소리를 따라 공판장을 누비며 경매에 참여했지만, 유독 2명의 '매의 눈'을 한 사람들은 금빛이 나는 생선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문제의 생선 크기도 재어보고, 무게도 확인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누군가에게 보내기도 했다. 다른 생선에는 관심도 없이 오로지 한 생선을 보고 또 보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왜 저러나' 하는 마음이었다.

매의 눈을 가진 이들은 중국 청도 출신의 수산물바이어였다. 이들의 눈과 마음 사로 잡은 그 문제의 생선은 바로 '부세'였다.

'부세'에 쏠린 눈은 이들만은 아니었다. 전날 수산물경매에 참여하는 모든 한림수협 소속 중도매인에게는 수협이 문자메시지로 보낸 경매품에 '부세'가 속하면서 과연 얼마나 높은 가격에 낙찰될까하고 이목이 집중된 상태였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한림수협 중도매인들이 이른 새벽부터 경매나서 수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중국 바이어가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모든 이의 눈과 귀가 '부세'로 향했다.

평소 '부세'는 배 부분에 짙은 노란색을 띄면서 조기와 비슷하다고 해 '가짜 조기'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가격 또한 한상자(마리당 무게가 700~800g 10마리 기준)에 10여만원 선에서 거래되기 일쑤다. 같은 무게의 조기는 한상자(50마리)에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이렇게 천대 받던 부세가 제주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상자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며 중도매인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급기여 지난해 설을 앞두고는 10마리 한상자에 1300만원이란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날 유독 중국 바이어 포함해 공판장 안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한 곳은 부세 3마리가 담긴 상자였다. 무게가 각가 1.06kg, 1.28kg, 1.20kg의 세마리가 경매에 나온 것중에 최상품이었다.

수산물 경매와 관련된 취재를 하면서도 이토록 소수점 두자리까지 무게를 세세하게 기록해 놓아둔거 매우 드문 일이다. 부세의 배 부분은 노란빛이 공판장 천정에 설치된 조명 빛을 받아 그런지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이날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여섯번째 부세가 경매가 진행될 당시 4명만이 응찰했음에도 불구 많은 사람들이 낙찰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몰려있다.

분명히 엄청난 금액에 낙찰될 것이 분명했다.

첫번째 상자의 부세 경매가 시작알리는 호루라기 울렸다. 경매 참여한 사람들은 예닐곱명. 모두가 중도매들이 제시한 가격표를 확인하는 경매사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술렁이던 공판장 안은 모두가 숨이 멎은 것처럼 적막이 흘렀다. "319" 경매사의 입에서 나온 숫자다. 10마리(마리당 무게가 700~800g) 한 상자 부세 가격이 평소의 30배인 319만에 낙찰된 것이다.

이어진 두번째 경매 중매인들의 숨죽이는 사이 경매사의 입에서 "339"란 숫자가 나왔다. 금새 20만원의 올랐다. 세번째 경매는 "510"이 나왔다. 171만원이 또다시 오른 것이다.

공판장 안은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터였다.

이어진 경매에서 이전 것보다 무게가 작은 것임에도 불구 320만원(15마리 한상자), 360만원(18마리 한상자)에 낙찰됐다.

여섯빼 경매, 유독 황금빛을 자랑하던 문제의 부세 앞에 중매인들이 모여들었다. 중국 바이어들의 위탁경매를 맡아 진행하는 중도매인 치열하게 눈치작전을 전개한다. 서로를 응시하면서, 행여라도 상대방의 가격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지만, 응찰가격만은 경매사만 알뿐이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왕쥔강씨

경매사의 입에서 "430" 나왔다. 한 마리당 평균 143만원이난 믿기 힘든 가격이었다. 중국 바이어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과 탄식이 교차했다.

3년간의 부세 경매를 취재하면서 이처럼 숨막히는 광경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중국인 바이어의 실체를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을 '부세 전문' 바이어라고 소개한 왕쥔강(45)씨는 "중국에서 한국의 설과 같은 춘절에는 제삿상에 반드시 올라가야만 하는게 부세"라며 "이 시기 생물 부세는 부르는게 값이 정도로 부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잡힌 부세는 생물인 상태로 포장을 마친 후 제주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중국으로 직송되는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왕진강씨 인터뷰기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