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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나는 '부세' 왜 제주서 살까?중국출신 부세 전문바이어 왕쥔강씨 국내 최초 인터뷰
5년전 처음 한국서 활동… "100kg 넘는 부세도 있어"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숨죽여 응찰한 최고액 발표를 앞둔 경매사 바라보는 왕쥔강(사진 가운데)씨의 긴장된 모습.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제주의 수산업계가 중국에서 날라온 큰 손인 왕서방의 통큰 베팅으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제주지역에는 32년만에 몰아친 최강 한파로 설 대목을 앞둔 도내 수산물경매가 중단됐었다. 3일만에 개장(27일)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항에 위치한 한림수협공판장에는 궂은 날씨로 어선들이 조업에 나서지 못한 탓인지 경매에 나온 생선보다 사람이 많을 정도였다.

설 대목 장사를 목전에 둔 상인들은 울상이었지만, 중국인 수산물바이어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3년전부터 설을 맞아 부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을 취재해 왔던 <제주도민일보> 취재진은 2~3주전부터 중국인 바이어들이 한림수협 공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터였다.

그동안 관망만 해오던 이들이 설을 2주 앞두고 이날(27일)부터 본격적으로 경매에 응찰할 것이라는 제보가 있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매의 눈으로 왕쥔강씨가 노트에 적힌 자기만의 노하우가 담긴 족보를 보며 응찰가격을 정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첫번째 부세 경매에서부터 평소 가격의 16배 이상인 10마리(마리당 무게가 700~800g) 한 상자에 319만원이 나왔다. 무게가 같은 다른 상자는 339만원, 세번째도 같은 무게임에도 불구 응찰가격이 510만원까지 치솟았다.

경쟁이 치열함을 너머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경매를 거듭할 수록 한림수협 공판장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모두가 경매의 입만 처다보는 형세다.

경매가 끝난 뒤 자신을 중국 청도출신의 부세 전문바이어라고 소개한 왕쥔강(45)씨와 인터뷰를 할 수가 있었다.

왕 씨를 인터뷰하기전 그동안 중국에서 제주산 부세를 구입하는 이유를 '설 대목을 앞두고 중국 연안의 오염으로 부세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에 대해 왕 씨는 "5년전 처음으로 한국에서 부세를 구매했었다. 당시 설을 앞두고 중국의 해상 날씨가 좋지 않아 어선들이 조업에 나서지 못하면서, 부세를 구하지 못한 상인들이 울상에 빠졌었다"며 "한국에서 부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왔다. 한국 전역을 돌면서 부세를 구입해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듣고보니 왕 씨는 중국출신으로는 한국에서 최초로 활동한 부세전문 바이어였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왕쥔강씨의 대리 경매인(모자 999번)이 왕 씨가 정한 가격을 적어내고 있다.

이어 "중국에서도 부세가 많이 잡힌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한국의 설과 같은 춘절이 다가오면 선원들이 조업에 나서지 않고 모두 고향으로 떠난다"며 "이때문에 조업에 나서는 어선이 수가 50%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설 바로 직전까지 부세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왕 씨는 "중국의 부자들은 춘절 차례상에 반드시 부세를 올린 후 차례가 끝나면 가족끼리 나눠먹는다"며 "이 때문에 가격에 여의치 않고 어떡해서든 부세를 구입해 차례상에 올리기도 하고, 선물도 한다. 이시기 그들은 절대로 냉동된거나, 양식을 한 부세는 구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춘절에 황금빛을 띄는 부세를 먹으면 행운이 따른다는 풍습에 따라 음식점에서는 부세에 금가루를 얹어 마리당 수백만원에 판매하기도 한단다.

이날 최고가를 기록한 부세는 1.28kg 남짓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무게가 3~5kg 정도의 부세도 잡힌단다. 이정도면 '부르는게 값'이라는게 왕씨의 설명이다.

▲ 무게가 100kg으로 1억원에 팔린 중국 부세. 사진=왕쥔강씨 제공

그가 취재진에 부세 사진 한장을 건넸다. 지난해 8월 중국 상해 인근 해상에서 잡힌 부세라는데, 무게가 무려 100kg에 달하는 초대형 부세란다. 이런 부세간 1년에 1~2마리 정도 잡힌단다.

가격을 묻자 왕 씨는 "믿지 않을꺼"라며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웠다. "1억원"이란다.

그야말로 '부세=로또 대박'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게 들렸다. 한림수협 경매사는 중국에서 잡힌 길이 1m의 부세 사진을 갖고 있었는데, 2억원에 팔렸다.

왕 씨는 "지금은 부세가 잡히는 한국의 모든 수협공판장에서 대리인을 통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며 "5년전 혼자였을때는 물량을 독점할 수가 있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자가 많아져 최근에서 많은 수익을 낼 수가 없다"고 치열해진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도 다른 중국인 바이어가 현장에 나와 있었고, 타지역에 있는 대리인을 통해 부세 경매에 참여하는 제주출신 중도매인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경매 순간마다 상대방 바이어와 눈치싸움이 대단했다. 한해 수입이 2주간의 경매에 따라 달라진단다. 춘전이 끝나면 언제그랬냐는 듯이 중국에서도 부세가격이 크게 떨어진단다.

현재 왕 씨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경매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

왕 씨가 구매한 부세는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한림항을 떠나 제주국제공항→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중국 전역으로 배송된다. 신선도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왕 씨는 "제주에서 어렵게 구매한 부세가 중국의 손님들에게 전달되어, 이를 구매한 모든 이에게 행운이 깃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왕쥔강씨의 경쟁상대인 중궁인 바이어가 경매에 나온 부세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왕쥔강씨의 경쟁상대인 중궁인 바이어가 경매 앞서 대리경매에 나서는 제주출신의 중도매인과 응찰가격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이날 최고가로 팔린 부세의 모습. 아쉽게도 왕쥔강씨 이번 경매에서 탈락했다.

김명선 기자  nonamewin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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