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늦고·미어터지고, “차라리 걸어가거나 휴가를 쓰자”
제주 몰아친 역대급 폭설·한파 후 첫 출근길 시민들 표정은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25일 아침 제주시 연동의 한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예상된 출근 대란은 없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항상 몰고 다니던 차를 운전할 수 없게 됐고 대중교통은 자주 타보지 않았던 터라 불편했다. 승객들은 버스에 가득 찼고, 기다리는 시민들 입장에서 버스 도착은 늦었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면 시민들은 우르르 달려갔다. 혹시나 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서였다.

25일 아침 제주시 연동 일대 버스 정류장은 예상과 달리 큰 혼잡은 없었다. 늘 북적이던 도로가 텅 비었다. 제설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간간이 바퀴에 체인을 착용한 승용차가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사무실에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회사 앞 제설작업에 여념이 었었고, 경찰은 주요 도로에서 교통통제를 하고 있었다.

#“앗, 차가워!”

횡단보도 앞에서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도로 가장자리에 눈이 쌓였기 때문이다. 길 한복판에 쌓인 눈은 차들이 오가며 ‘친절하게(?)’ 길 가장자리로 옮겨줬다. 그 불편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이 감내해야 했다. 무심코 발을 디뎠다 발이 빠져 신발이 젖어버린 시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연동 코스모스사거리 횡단보도에 서 있던 양 모(53)씨는 무심코 발을 디뎠다 낭패를 봤다. 길가에 쌓인 눈 속으로 발이 ‘쏙’하고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양 씨는 “도로 한복판에 쌓인 눈이 차량이 통행하면서 길가로 밀렸다. 횡단보도에 쌓인 눈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밟았다가 발이 빠져버렸다. 사무실 들어가서 히터에 말려야지 별 수 있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차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시민
#“언니, 버스에 사람 너무 많아서 못 탔어”

제주시 연동 버스정류장에서 이 모(26. 여)씨가 발을 동동 구르며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입에서 하얀 김이 나왔고 한 손에만 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 씨는 “언니, 어떵해(어떻게 해). 버스에 사람 많아서 못 탔어. 출근이 좀 늦을 거 같아. 미안해”라고 누군가와 통화 했다.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인 듯 했다.

그는 “눈이 많이 와서 차량을 운전하지 못할 것 같아 예상보다 일찌감치 집에서 나왔다”며 “30분 째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타지 못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버스는 늦지 않고 제 시간에 도착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린 출근 시간에 평소보다 늘어난 시민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제주시 연동에서 중앙로, 시청, 일도동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가득 찼고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는 한가했다.

신제주로터리 인근 식당에서 밤새 집안일을 돕고 집으로 돌아가던 김 모(23.여)씨는 신제주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평소 같았으면 이미 집에 들어가서 쉬고 있을 시간이지만 요 며칠은 퇴근이 늦다. 눈이 많이 내려 버스가 평소 같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보통 6시에서 7시 사이에 가게에서 나온다. 늦어도 7시쯤이면 버스를 타고 집에 25분쯤이면 도착하는데 요 며칠은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다”며 “그래서 아예 늦을거 가게에서 좀 늦게 나왔다. 근데 오늘이 월요일인걸 깜빡했다. 사람이 주말보다 많아져서 버스에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집에 가는 길이 더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언제오나...제주시 연동주민센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

#“가까우면 일찍 나와서 걷거나, 월차를 쓰거나”

제주시 연동 정원오피스텔 사거리 근처에 사는 양 모(44.여)씨는 사무실이 연북로 미래산부인과 근처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목에는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직업적 특성상 늘 차량을 가지고 출퇴근을 했지만 오늘 만큼은 걸어가기로 했다.

그는 “아이들 학교 태워다 주고 출근을 하려다 보니 늘 차를 운전해 다녔다. 근데 아이들 방학도 아직 안 끝났고, 눈이 많이 와서 운전할 엄두가 안나 걸어가려고 마음을 먹었다”며 총총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그는 “하귀, 외도 등 사무실과 집이 먼 언니나 동생들은 버스도 잘 없을 뿐만 아니라 콜택시를 요청해도 잘 오지 않아 아예 월차를 쓰는 사람도 있다”며 “차라리 그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눈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바람에 실린 눈은 시민들의 발길을 더욱 춥게 만들었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차량위에 쌓인 눈. 그 위로 또 다시 눈이 내리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눈내리는 길을 걸어가는 시민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교통단속중인 경찰.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횡단보도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버스가 도착하자 타고 있는 시민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평소같으면 택시와 차량 등이 혼잡하게 가득차 있을 도로에 한산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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