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한파로 발묶인 상황서 항공사의 안일한 대응에 집단항의
질서유지 위해 출동한 한국경찰관보는 앞에서 의자 패대기 쳐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23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발대합실에서는 경찰에 거칠게 항의하던 중국인 남성이 긴급출동한 공항경찰기동대에 제압당하자 다른 중국인들도 가세하면서 일촉즉발이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제주국제공항에서 항공사측의 대응에 불만을 품을 중국인 관광객이 경찰에 거칠게 항의하다가 체포, 구금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23일 제주지역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치면서 제주공항 활주로의 운항이 중단되는 등 약 300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또 이날 오후 8시 기준 6000여명(공항공사 집계)의 체류객이 발생했다.

계속되는 항공기 결항 소식에 내국인 관광객 등은 일찌감치 항공사 카운터 앞에 대기 줄을 섰다.

이날 국제선 출국장에도 항공기 결항사태로 출국하지 못한 중국인 관광객 400여명 오후 11시가 넘도록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C항공사를 이용하려던 중국인 관광객 수십명이 항공사 직원에게 결항에 따른 숙식제공 문제로 거칠게 항의했다.

C항공사는 이날 중국 상하이와 하얼빈 지역의 관광객을 수송할 여객기를 각각 정오와 오후 2시30분에 띄우려 했지만, 제주공항의 활주로 상황 악화로 결항됐다.

문제는 C항공사 승객들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거친 항의가 이어지자 그제서야 숙소와 교통편을 알아보면서 중국 관광객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특히 12시간을 넘게 공항에서 대기했던 중국 상하이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2시 30분 늦게 출발하는 하얼빈 지역 사람들이 먼저 공항을 떠나 숙소로 이동하자 집단으로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들은 직원용 카운터까지 점령해서 항의했고,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소속 안전요원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출동해 통제에 나섰지만 막무가내로 행동했다.

이어 제주공항경찰대 소속 경찰관이 질서유지를 위해 출동하자 잠시 항의가 수그러드는듯 했다.

C항공사도 집단 항의에 나선 고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 숙소와 교통편을 구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빨간 원 안에 중국 남성이 의자를 패대기 치자 항공사 직원뿐만 아니라 모두가 놀라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숙박업소에서 "중국인 관광객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면서 거부했고, 이 소식을 접한 중국인 남성이 오후 11시 42분쯤 경찰이 있는 카운터로 난입해 의자를 패대기 쳐버리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참다 못한 경찰이 제주공항 경찰기동대 요원을 투입해 의자를 패대기 친 남성을 제압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집단적으로 경찰을 향해 풀어달라고 고성을 질러되면서 급박한 상황으로까지 진전됐다.

위협을 느낀 경찰은 추가적으로 경찰기동대 요원을 투입했다.

결국에는 C항공사가 숙소를 구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체포·구금되는 일촉즉발의 사태는 면했다.

그렇지만 C항공사 승객들이 떠나자 B항공사, J항공사의 승객들도 경찰에 문제해결을 촉구했고, 자정이 넘어서까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내국인 관광객들이 중국 관광객을 향해 소리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23일 중국 관광객들이 항공사 직원을 대상으로 항의하는 과정에서 카운터 안까지 점령하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소속 직원들이 출동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항공기 결항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승객을 누가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항공사들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운항 불가능으로 발생한 문제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국내 J항공사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앵무새처럼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반복만 해됐다.

제주자치도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통역요원 4명도 배치해 편의를 도운다고 했지만, 취재진이 제주공항 찾은 시각(오후 10시 30분쯤)에는 이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교통편이 끊긴 상황에서 막막해 하는 외국인 관광객에 손을 뻗친건 그나마 경찰이었다.

질서유지를 위해 출동한 이후 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엄동설한에 이역만리 타향에 갈곳을 잃은 외국인 관광객을 보듬는 정책이 필요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중국 상하이 출신의 여성 관광객은 "제주공항에서 12시간 기다리는 동안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제주도에서 '통역사를 배치했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몰랐다"며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면 한국인들도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이번 눈을 볼 수 있었던 기뻤던 제주여행이 공항에서 최악의 기억으로 남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가 카운터 주변을 점령한 중국인 관광객에게 통역과 함께 안전사고의 우려를 설명하고 있지만,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는 모습.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항공사 카운터 점령한 중국인 관광객의 모습.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국내선 항공사 카운터에는 내국인 관광객이 한명도 들어가 있지 않은 모습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무질서와는 대조적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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