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단지인 제주 동부지역 농민 수확 나선 가운데 울상만
비날씨와 고온 등의 영향으로 생육부진, 병충해 피해 심각
출하량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히려 경매 가격은 더 떨어져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제주산 월동 무의 주산단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의 일부 농가가 검게 멍들고, 깨진 무가 많아 폐작 위기에 몰렸다. 또 생육이 부진하면서 생산량과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가격마저도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져 농민들이 시름에 빠졌다.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제주도민일보>는 최근 출하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매가격 마저 떨어져 울상인 월동 무 주산단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을 찾아, 위기에 처한 농민들을 만났다.

▶1만3200㎡(4000평) 무밭 전체가 썩어가고 있다=월동 무 주산단지 중 한 지역인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무 농사를 짓고 있는 A(42)씨는 '매일 같이 술에 찌들어 있는 자신이 비참하다'고 기자를 만나 하소연했다. 내용인 즉은 "올해 동생과 함께 3만3000㎡(1만평)의 월동 무를 파종했는데 4000평짜리 밭에 심은 무 전체가 썩어가고 있다"며 "수확을 앞두고 병해충에 걸리는 무가 많아지면서 평소보다 더 자주 약을 치고 예방하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는 것이다.

썩어가는 무를 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수차례 했지만, 가족들이 눈에 밟혀 술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는 것이었다.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처참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겉으로는 멀쩡한 무의 잎을 걷어 살펴보면 검게 변하고, 갈라진 것들이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상품으로 쓸 수 있는 무가 더 적어 보였다. 인부를 투입해 수확을 하는게 헛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육부진으로 수확한 무 절반 버려져=장소를 옮겨 성산읍 삼달리 소재 경작지의 무는 생육부진으로 수확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제주자치도는 시장에 출하되는 세척농산물의 품질 기준을 마련해 올 겨울(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월동채소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동 무의 경우 무게가 1kg 이상 2.2kg 이하만 출하된다.

밭에서 수확돼 세척장에 들어오는 농산물중 상당수가 1kg 미만으로 버려지고 있었다. 이 같은 무가 전체 물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월동 무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서울 소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등에서 경매되는 무의 가격은 상승하는게 인지상정이지만, 최근 생산 원가 이하로 낙찰되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짖고 있다.

제주자치도의 자료에 따르면 세척된 월동 무 18kg 한 상자 가격이 지난 7일 9968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일 경매에서는 생산원가 이하로 낙찰됐다. 월동 무의 생산원가는 3.3㎡(1평)당 18kg 한 상자 정도 생산돼야 하고, 원가를 보전받으려면 최소 7800~8000원 정도의 낙찰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제(12일) 가락동도매시장의 낙찰가격은 6719원이다. 생산원가 이하로 낙찰된 상황에서, 생육부진으로 평당 18kg 한상자도 나오지 않아 농민들이 시름은 상상 이상이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월동무가 재배된 밭의 1평 정도에서 발생한 검게 멍든 무와 깨진 무.

▶"일부 농가의 상황 전체로 봐서는 안돼"=<제주도민일보>가 현장을 취재한 상황을 제주특별자치도의 관계부서에 알렸다. 앞서 제주자치도 관계부서와 최근 현장조사를 마친 상황이었다.

관련부서의 답변은 "무가 멍든 것처럼 검게 변하고 깨지는 상황은 일부 농가에서만 한정된 것이다. 생육부진 또한 마찬가지"라며 "제주산 월동 무의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일주일 평균을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올해는 8482원으로 지난해 6876원보다 높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동점검을 했음에도 불구 월동 무 주산단지에서 멍든 무, 깨진 무, 생육부진 등의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이상 고온과 잦은 비날씨 때문일 거라는 추측만 하고 있었다.

특히 주산단지의 중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월동무 수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현재 전체 재배면적(4167㏊)의 20% 정도가 수확된 상태로 지난해 같은기간 25%보다 적게 시장으로 출하되고 있지만, 가격이 지난주말부터 생산원가 이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제주자차도가 현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감귤에 이어 월동 무마저도 대응책 마련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성산읍 지역의 한 농민은 "10여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대응을 할 수가 없는 상화이었다"며 "결과적으로 무가 썩어가고 있고, 생육상태마저 안 좋아 상당수 농민들이 시름에 잠긴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콩에 이어 감귤 농민들의 시름 때문에 성산읍 지역 농민들은 무가 썩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었다"며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당국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현장 파악은 했다'고 하면서 농민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 현재까지 나온 게 하나도 없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또 다른 농민은 "월동 무의 시장출하가 줄어들었음에도 도매시장 경매가격이 오르거나 유지되는 게 아니라 더 떨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농민들은 그 원인을 알 수가 없어 향후 대책마련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폐작을 앞둔 무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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