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미용사 문숙일씨

든든한 아들 셋에
시어머님도 두분이나
결혼 25주년이 된 착한 남편까지

제주시 이도2동 소재 두발자유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문숙일씨(50·이도2동)는 오늘(28일) 평소보다 문을 조금 늦게 열었다. 매달 한두차례씩 가는 봉사활동 때문이다.

그녀는 얼마전부터 제주대병원 치매환자들에게 무료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문씨는 “할 수 있는게 머리카락 자르는 것 뿐인데 이걸로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전에도 미용봉사를 한적이 있다. 이도1동 복지회관에서 3년 정도 아무도 모르게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문씨는 “이런일을 하는게 특별히 대단한 일도 아니어서 알려지는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렇게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갔다면 좋았겠지만 당시 운영하던 미용실이 경영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봉사활동을 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녀는 결혼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여성회관에서 미용기술을 가르쳐준다는 소식을 듣고 찾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미용일이 적성에 맞아 미용코스에 등록해 본격적인 미용기술을 배웠고, 미용사 경력도 20년이 훌쩍 지났다.

지금 문씨는 10평이 채 안되는 작은 규모의 미용실에서 혼자서 일하고 있지만 한때는 꽤 크게 미용실을 운영하기도 했단다. 그런데 그녀가 제주시청 인근에서 미용실을 크게 확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IMF사태가 터진 것이다. 대출을 끼고 시작했기 때문에 치솟은 금리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 시련을 이겨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렇게 극복해냈으니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녀는 항상 자신이 스스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든든한 아들이 셋이나 있고, 시어머님도 두분이나 계시고, 누구보다 착한 남편이 곁에 있기 때문이란다.

군대를 다녀온 두 아들과 아직 초등학생인 막내아들은 지금껏 부모의 기대만큼 잘 자라줬고, 90세·88세가된 두 시어머님도 아직까지 정정하셔서 마음이 놓인단다. 특히 치매 어르신들을 자주 뵙다보니 건강하신 두 어머님께 더 고마움을 느낀다고.

또 아직까지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는 남편과는 오는 30일이 결혼 25주년이 된다고 설레며 소녀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씨는 “가족들과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얼굴 보고 사는게 행복아니겠냐”며 “앞으로도 모든 가족들이 그저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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