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의 ‘산타클로스’ 우체국 택배기사가 말하는 연말연시
이승재 제주우편집중국 부장, “내년엔 택배기사 인원 늘었으면”

[제주도민일보 DB]
[제주도민일보=고민희 기자]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올 일이 없는데 누굴까? 아 택배가 도착했나 보구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물건님’을 마중나간다. 문 밖에 서 계신님은 아무래도 ‘아기다리 고기다리’던(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 아저씨였다. 

마우스 클릭‘질’ 몇 번에 원하는 물건이 내 집 앞까지 와 있다는 사실 그 자체도 감사하다. 그리고 문 앞에 서 계신 택배 기사의 웃음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덤’이랄까.

연말을 맞아 선물 꾸러미를 잔뜩 이고 다니시는 기사들의 ‘특별한 선물’을 받고자 제주우편집중국을 찾아 이승재 제주우편집중국지부 총무부장을 만났다.

2015년 택배 서비스 평가 ‘A’(국토교통부 발표), 국내 택배 브랜드 평판지수 ‘1위’(한국기업평판연구소 측정)에 빛나는 우체국 택배 서비스의 전면에는 택배 기사님들의 노고가 서려있다. 그럼에도 이승재 부장은 체계적인 시스템에 그 공을 돌린다.

“우체국 택배 시스템이 잘 잡혀 있어요. 문자 서비스도 그렇고, 체계가 잘 잡혀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전합니다. 어느 지역, 누구에게 배송되는지 100개라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또한 중시합니다. 옷부터 깔끔하게 차려입잖아요. 그리고 문자 발송, 통화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불쑥 방문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물품이 배송되는 과정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는 이승재 부장은 97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벌써 20년 정도 택배 기사로 도민들과 함께한 것이다. 지금은 연동과 노형 주변의 물품 배송을 관리하고 있다.

▲ 이승재 제주우편집중국 총무부장

지금과 같은 연말 시즌에는 김장과 절임배추, 방학이 끝나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이삿짐이 많다고 한다. 제주도 특산물 ‘귤’ 또한 주된 택배 물품이다. 20~30kg나 되는 무거운 물품을 지고 겨울철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택배기사는 동상을 달고 산다. 기사님들의 60% 정도가 동상에 걸린 채로 일을 한다.

“그래도 배달 간 곳에서 어르신들이 커피도 주시고, 고맙다고 해 주실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전에는 동문시장으로 배송을 다녔었는데 같이 모임도 갖고, 경조사도 챙기며 지냈습니다.”

오고가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었다. 사람 간의 정, 서로를 위한 마음도 함께 오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부장은 문을 열어주지 않고, 반말하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어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택배비용에 대해서도 타 택배에 비해 비싸다고 항의하는 분들이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물량은 좀 줄었지만 큰 건물이 늘고, 집이 늘어나 배달하는 데 오래 걸린다며 고충을 표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보다는 늦어지고 힘이 듭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지금도 똑같은 시간, 똑같은 물량을 배달하도록 기계적으로 짜여 있어요. 아침 7시 전에 출근하고 6시 즈음에 퇴근하지만 다량 기간에는 7시, 8시까지도 배달합니다.”

이러한 어려움들이 있지만 이 팀장님은 언제나 후배들에게 친절할 것을 충고하는 베테랑 선배다.

“2016년이 되면 택배 기사들의 인원도 늘어나고, 좀 더 기사들을 배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됐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은 특히 총선이 있어 택배 기사님들에게는 특히나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절 의정보고서, 후보들 공약, 선거 유인물, 공보 등 정책 관련 우편물은 상상 외로 많다. 이를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도민들에게 전해주는 택배 기사님들을 위한 정책은 없을까? 물론 기사님들을 향한 도민들의 친절 서비스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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