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승 발행인칼럼] 비상품감귤 대량 발생으로 우회 유통 우려돼
비상품감귤 수매물량 늘려 감귤시장 안정화에 주력해야 할 때

▲ 성일승 제주도민일보 발행인
[제주도민일보=성일승 대표] 지난해에 이어 올해산 노지감귤 값 하락으로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감귤값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올해는 유난히 다른지방에서 생산되는 단감 등 과일이 풍작을 이루면서 과일이 넘쳐 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무리 맛있는 감귤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좀처럼 손길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잦은 비 날씨와 이른 눈 날씨로 인해 미처 수확도 하지 못한 감귤들이 나무에서 썩거나 껍질이 뜬 부피과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한 감귤거래 상인은 감귤가격이 10kg 한 상자에 4000~5000원, 제대로 받으면 8000원에 거래되자 한숨만 푹푹 쉬면서 “상품값인지 파치(비상품)값인지 모르겠다”고 한숨만 내 쉬고 있다고 한다.

농가의 속은 더욱 타들어간다. 농가에서는 감귤값도 문제지만 제때 수확을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궂은 날씨에 감귤수확 인부도 좀처럼 구하지 못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농가는 아예 출하를 포기하기도 한다는 슬픈 소식까지 들려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거의 재난수준이라는 것이다. 농민들의 아우성은 그냥 지르는 아우성이 아닌 까닭이다.

더욱 큰 문제는 감귤 값이 더 이상 회복되기는 커녕 앞으로 더욱 하락할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감귤값 하락의 주요원인은 수확시기의 궂은 날씨로 인해 부패과와 부피과가 대량으로 발생, 상품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그런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 DB]
일부 상인들은 포전거래를 해놓고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저장할 곳도 없지만 수확해 가져가 봤자 손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일부 농협에서는 아예 수매를 중단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농민들은 더욱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비상품감귤 수매현장에는 매일 차량 30~50대가 대기하고 있는데도 하루 수매물량으로 절반도 하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비상품감귤이 유통될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정의 결단력이 중요하다.

원희룡 제주도정은 비상품감귤 격리를 위해 산지폐기를 해야 한다는 감귤산업 혁신정책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더 이상 가공용으로 비상품 감귤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도 8만 톤을 수매물량을 계획하고 있지만 더 이상은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재난상황에 가깝다. 비상품 감귤이 어떤 식으로든 소매시장에 진입할 경우 감귤 값 혼란은 불가피해진다.

마냥 비상품감귤 수매를 늘리지 않겠다고 할 것은 아니다. 지금은 이러한 정책을 일단 접어야 할 때라고 본다. 올해산 감귤시장을 안정화 시킨 뒤 내년부터 감귤산업 혁신정책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 [제주도민일보 DB]
일부 농가는 절반가량이 비상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는 말도 한다. 1년 동안 애쓰게 키워 놓은 감귤 절반가량을 자체 폐기하라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가공용감귤 수매물량을 늘리는 것은 감귤값 안정은 물론 재난을 맞이한 농민들에게 긴급수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제주도정은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 감귤산업 혁신정책을 일단 유보해야 할 것이다.

원희룡 도지사의 대도시 감귤 판촉도 중요하지만 비상품 감귤의 시장 유입을 차단하는게 우선일 것이다. 그리고 현장 도지사실을 감귤농가로 확대해 농가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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