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장마에 애타는 농심… 수확앞둔 콩 갈아엎어
대체작목 보리 밖에 없어 내년도 과잉생산 우려높아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콩을 강아엎고 있는 트랙터.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제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라" 애타는 제주 농민들이 눈물로 수확을 앞둔 콩을 갈아엎으면서 내뱉은 말이다.

27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이태신(65)씨의 3000평 콩 밭에서 10대 트랙터가 수확을 앞둔 콩을 갈아엎었다.

이날 안덕면농민회와 안덕면여성농민회는 "계속되는 장맛비로 인해 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수확해야 할 농작물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이처럼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는데도 행정 당국은 대체 무얼하고 있느냐"고 애통해 했다.

제주지역에는 이달들어서만 비날씨가 17일이나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콩 수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금쯤이면 콩 수확을 마치고 보리를 파종해야 하는데 계속되는 장맛비로 인해 아직도 밭에는 수확하지 못한 콩이 검게 변해 있거나 밭에서 콩나물이 되어 자라고 있다"고 성토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제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요구하는 농민들.

제주에서 재배되는 콩은 콩나물 콩으로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한해 제주지역에서는 평균적으로 6000톤의 콩이 수확되는데 최근 2년간 콩 수매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올해는 재배면적도 증가하고 작황도 좋아 약 8000톤이 생산될 것으로 예측됐다.

작황이 좋자 농민들은 '풍년'에 농가 수익증대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비날씨에 과잉생산까지 겹치면서 2013년 40㎏ 한 가마니에 28만5000원, 지난해 22만8000원이었던 가격이 올해는 12만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민들은 "이렇게 어려운 농가들을 더욱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농산물 가격 하락을 조장하고 있는 농협과 행정당국"이라며 "높은 가격을 받던 콩나물 콩은 올해는 외국산 콩이 무분별하게 수입되면서 지난해 수매했던 콩이 팔리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농협마다 재고량이 쌓여 있다는 이유로 수매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농민 이태신(65)씨가 최저생생산비 보상을 등을 해 달라면서 눈문의 호소를 하고 있다.

이에 농민들은 "올해산 콩 가격이 보장되지 않으면 콩 재배농가가 월동채소로 작목전환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가격이 불안정한 제주의 모든 월동채소는 가격폭락이라는 핵폭탄을 맞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성토했다.

농민들은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농산물 값은 바닥을 친지 오래됐다. 이제 우리는 무슨 희망을 가지고 농촌에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오늘 우리는 결연한 심정으로 여기에 모였다. 자식처럼 마음졸이면서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는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농민들은 "우리는 제주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서 농민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우리들의 요구과 관철될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수확을 앞둔 콩을 갈아엎기 위해 밭으로 향하는 트랙터.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수확을 앞둔 콩을 갈아엎는 트랙터.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콩을 강아엎고 있는 트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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