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 

지난해 감자가격이 좋게 형성되면서 올해 제주지역 감자 재배면적이 증가했다.

기상도 좋아 지금까지 병해충 발생이 거의 없어 생육이 순조롭다. 앞으로 1개월만 병해충 피해가 없다면 예년보다 작황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비 날씨가 잦아지고 있다.

지금 내리는 비는 감귤 수확에도 나쁜 영향을 주지만 감자역병 발생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감자재배 농가들의 주의를 요한다.

감자 역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병이며 식물병중에서도 대표적인 병이다.

감자는 역사적으로 남미 안데스산맥이 주산지로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에 이어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점령한 후 1560년경부터 유럽으로 보급되면서 중요한 식량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840년부터 감자역병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는데 당시에는 원인도 모른 체 확산되면서 1846년에는 극에 달한다.

유럽에서 당시 가장 가난했던 아일랜드는 식량을 감자에 의존하였는데 감자역병으로 인구의 25%가 감소했다.

100만 명이 굶어죽었고 100만 명이 신대륙으로 이주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우리는 1945년부터 1952년까지 영국의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집단기근 즉 ‘아일랜드 대기근’이라 부르고 있다.

이때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이 식량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후 이병의 원인은 파이토프쏘라 인페스던트(Phytophthra infestans)라는 곰팡이에 의한 병이라는 것을 안톤 드바리(Anton deBary)가 밝혀냈다. 식물의 병이 자연발생이 아니고 미생물에 의해 일으킨다는 것을 알리는 첫 계기가 되었다.

감자역병은 서늘한 온도와 높은 습도가 있어야 발생한다.

가장 균 생육에 알맞은 온도는 15~20℃이며 이보다 저온이나 조금 온도가 높아도 자랄 수 있다.

하지만 25℃가 넘으면 자라지 못한다.

높은 습도에는 잘 자라지만 물이 없으면 자랄 수 없다. 가뭄에는 자라지 못하다가 최근같이 비가 자주 내려 공중습도가 높으면 급속히 자란다.

습도가 높으면 역병을 전염시키는 유주자는 유주자낭 속에서 나와서 물을 따라 헤엄치다.

식물체에 닿는 부분으로 침입하여 2시간이면 감염될 정도로 매우 빠르게 전파된다. 감자 역병균은 감자의 모든 부위를 침해한다.

병이 발병하면 흑갈색이 병반이 보이며 잎 뒷면에 백색의 솜털모양의 균사, 유주자낭을 관찰할 수 있다. 좋은 조건에서 5~7일이면 감자 포장 전체로 확산된다. 잎과 줄기가 고사되고 감자열매 즉 괴경에도 침입하여 감자 수확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올해 여름~가을날씨가 감자생육에 알맞아 생육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서늘한 온도와 잦은 비 날씨는 감자역병이 발생하기 가장 알맞은 조건이 되어 농가에서는 병 예방에 신경을 써야한다.

감자역병에 등록된 작물보호제를 사용함에 있어, 병이 발생하기 전에는 예방전용 작물보호제, 발생이 시작되면 침투이행성 작물보호제를 사용해야한다.

침투이행성 작물보호제는 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연용하지 말아야 방제효과를 높일 수 있다. 병해충 방제에 힘을 기우려 수량도 높이고 소득도 증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 농학박사 홍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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