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증가‧수요급감‧재고량 처리난, 말 그대로 ‘삼중고’
농협, 정부수매물량 확대 건의…정부 수용여부는 ‘미지수’

▲ [뉴시스] 수확한 콩을 탈곡하고 있는 농민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산 콩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물량도 처리하지 못해, 2014년 마늘가격 폭락사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콩을 찾던 대기업들도 슬금슬금 중국산 수입 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말 그대로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풍년농사로 농민들이 웃어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울상을 짓고 있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인 셈이다.

최근 농협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산 콩 생산량은 약 800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각 농협별로 차이는 있지만 도내 농협에서 수매 계획 물량은 약 6400톤으로 집계됐다.

올해산 콩 재배면적은 6409㏊로 작년 6062㏊에 비해 5.7%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대폭 늘 전망이다. 제주도내 평균 콩 생산량은 연간 6000t 수준이다. 90% 이상이 콩나물 콩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콩이 국내 콩나물 원료의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콩 수매가격은 40kg한 포대에 22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산 콩 수매 값은 잠정 10만원 ~ 12만원선에서 저울질 되고 있다. 가수매 기간이라지만 지난해 가수매 가격 15만원 선보다 낮은 수준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제주에서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지역에서도 콩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 2000여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한 포대에 13만원~14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년 20만원 하던 가격에 비하면 30%이상 떨어진 것이다.

제주산 콩 가격이 이 같이 낮게 형성되고 있는 이유는 재고물량과 대기업에서 제주 콩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산 콩이 현재 700여톤 저장돼 있다. 이 때문에 콩 주산단지 농협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으로 수매하는데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농협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생산량이 5500톤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000톤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생산된 콩도 아직 처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CJ, 풀무원과 같은 수요업체에서도 제주콩을 찾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 업체들은 제주산 콩에서 손을 떼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국산 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대책이다.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농협제주지역본부 측도 콩 정부 수매물량을 확대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농림축산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콩 수입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제주산 콩 값을 결정하는데 농민과 조합사이에 밀고 당기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주에서 콩을 주로 재배하는 지역은 안덕면, 구좌읍, 한경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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