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자기업들, 도민고용‧지역사회 기여 약속은 ‘눈꼽만큼’
道, 1년간 기업 세금 1천억원 감면, 투자는 계획대비 ‘반토막’
2015 제주도 행정사무감사 분석...①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4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폐회로 2015 행정사무감사가 막을 내린다. 이번 행정사무감사는 집행부서 측의 자료제출 부실로 의원들의 목소리가 상임위원회 회의실 밖을 넘나드는가 하면, 일부 상임위는 정회가 선포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도민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지적에 행정사무감사 일부 피감 부서 관계자들은 대답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제주도민일보>는 주요 상임위별 행정감사 결과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지난 1년 동안 제주도정은 투자진흥지구 기업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은 기업들이 도민사회와 약속했던 고용과 투자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원희룡 제주도정이 발표한 수치로도 확인됐다.

특히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가 제주도 국제통상국을 상대로 벌인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제주도정의 무책임한 ‘민낯’이 드러났다.

최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내 투자진흥지구 48곳의 지방세 및 각종 부담금 감면액은 9월말 기준 111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취득세 718억7300만원, 재산세 96억9200만원, 부담금 294억 4400만원 등이다.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 지방세 뿐 아니라 법인세도 3년간 면제되고 2년간 50%만 내면 된다는 혜택을 받는다. 말 그대로 제주도는 ‘투자의 천국’, ‘땅 짚고 헤엄치기’, ‘먹튀’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의 투자액은 처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기업들이 제주도를 우습게 봤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냐. 제주도정은 여태 뭐했냐?”는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성토와 한숨이 터져 나올 정도다.

제주도가 발표한 이들 기업들의 투자액은 총 4조5996억원이다. 이는 당초 계획인 11조 5054억원보다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인 40%에 그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약속했던 도민사회 고용은 더욱 부끄럽기 그지없는 수치다. 현재 이들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3439명이다. 이들 기업은 도민사회에 2만7139명을 채용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결과는 12.6%. 도민 고용실적도 2726명으로 당초 1만8537명을 계획했던 것에 비해 14.7%에 그치고 있다. 지역업체를 공사에 참여시키겠다고 했지만 실제 실적은 1조1370억원에 불과하다. 당초 기업들은 4조2420억원을 약속했다.

김동욱(외도·이호·도두동,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국제통상국을 상대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원희룡 제주도정을 향해 투자진흥기업으로 지정된 대표적 기업인 부영을 놓고 “부영이 제주도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이러냐? 제주도를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근데 행정은 뭐하냐?”고 성토했다.

이어 김동욱 의원은 “어떤 도민들이 지금 이 고용률과 도민사회 기여율을 이해하겠냐. 부영은 모든게 부실덩어리다. 지정 받을 때 계획과 지금은 전혀 딴판이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제주도를 너무 우습게 안다는 소리다.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특히 내가 판단할 때는 (부영이 추진중인 사업이) 완료되기 힘들다고 본다. ‘먹튀’ 가능성 높다. 그럴 가능성 충분하다”며 “가장 심각한 것은 호텔, 리조트 고용은 제주도를 농락한 것이다. 이게 뭐냐”고 비판했다.

▲ [제주도민일보 DB] 제주 부영호텔&리조트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초 이런 결과를 숨기고 싶었는지 제주도 담당 공무원들은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의원들의 성화에 못이겨(?) 행정사무감사 당일 아침 10시에 의원들에게 자료를 제출하는 촌극을 만들었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도민사회 비난 여론을 자초한 셈인 것이다.

김용범 (새정치민주연합, 정방·중앙·천지)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소속 의원은 23일 열린 행정감사에서 자료 문제를 두고 “(자료를)실명 거론 안하고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왜 법령에 관한 이야기만 해서 자료제출을 거부하냐. 이번에 많이 실망스러웠다”며 “자료제출을 요구하는데 제주도가 갑질행세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의원은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 유기적으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고용실태, 도민사회 기여실적 등은 이미 자료를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근데 행정감사 당일 아침 10시에 와서 자료로 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는 23일 원희룡 제주도정이 자료 제출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자 정회를 선언했다.

안창남 위원장은 23일 열린 국제통상국을 상대로 한 행정감사에서 양기철 국제통상국장 대신 김용구 기획조정실장을 향해 “투자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지역주민 고용은 잘 되고 있는지 반드시 자료가 나와야 한다”며 “세제감면 받았는데 사업추진 안하고 있는 곳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는 (자료가)나왔는데 왜 이제 와서 안나오냐. 지사가 주지 말라고 했냐?”고 몰아붙였다.

이어 안 위원장은 “의원들이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해 보려고 요구하는것 아니냐”며 “의회에서 요구하는게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지 안되는지 따질때가 아니”라고 쏘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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