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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시설 확대의 빛과 그림자김민호 <제주대 교수>

▲ 김민호 제주대 교수
지난 몇 주간 제주 전역의 평생교육 시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평생교육사’ 양성과정의 평생교육현장실습 담당교수로서 해당 기관에 수강생들의 실습을 의뢰하고, 실습지도자에게 평생교육사 실습의 취지를 안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상당수의 수강생들이 이미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 평생교육 관련 업무에 종사해 왔던 현직 실무자들이기에 실습을 통해 새롭게 학습할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최소한 ‘평생교육사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자신의 업무를 되돌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해, 87명의 수강생들이 실습할 48개 기관과 단체를 하나하나 방문했다. 아주 작은 규모의 민간기관들로부터 비교적 규모가 큰 공공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동네 교육 시설은 반듯

48개 기관과 단체를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우선, 우리 주변에 참으로 많은 교육 시설이 있다는 점이다. 학교나 보습학원처럼 주로 아동이나 청소년을 위한 교육시설만이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민간 비영리단체의 야간학교, 시민단체 부설 프로그램, 대학부설 평생교육원 그리고 민간 영리기관인 문화센터와 직업기술학원은 물론이고 공공시설인 주민센터, 도서관, 복지관, 박물관, 예술관 등 다양한 학습 공간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운영하는 학교와 공공 교육시설은 규모도 크고 시설이 번듯했다. 최근 몇 년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을 확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육시설을 신축 혹은 증개축하는 데도 많은 예산을 투자한 결과였다. 아무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경제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영역에서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추어야 하는데,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교육시설 옆에 두고도 먼발치

하지만 이번 평생교육 기관과 단체 방문을 통해 몇몇 평생교육시설의 경우 규모나 시설의 화려함, 청결하고 쾌적한 관리 상태 등에 비해 이용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이렇게 시설이 좋고 훌륭한데도 지역주민의 참여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필자가 낮 시간에 교육시설을 방문하다보니 주로 저녁 시간에 시설을 이용하는 성인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지역주민들이 생업에 바빠 기대했던 것보다 시설을 많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늘어나는 예산을 갖고 새로운 교육시설을 신축하거나 증개축하고 있지만 지역주민 중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시설을 이용할 만한 여유를 지닌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는 수출에 힘입어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확대되었고 평생교육시설을 신축할 만큼 경제적 여유도 생겼으나 국민 1인당 가처분 소득은 경제성장에 상응하여 증가하고 있지 못하고 게다가 빈부격차로 말미암아 우리 국민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OECD 국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역주민의 공적 교육시설 이용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지역주민이 인근 공공 교육시설을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데 있다. 물론 각 교육시설마다 지역주민의 대표가 참석하는 운영위원회 조직이 있지만, 연 2회 개최하는 정도의 형식적 운영에 머물러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어렵다.

또 공공시설이 현대적으로 잘 지어졌지만, 지나치게 크고 깨끗해 농사짓다 온 옷차림으로 들어가기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나마 공공 교육시설의 직원들이 동네 삼촌들처럼 편하게 대해주면 좋으련만 간혹 딱딱한 태도를 보일 때면 아예 발길을 끊기 십상이다.

지역주민의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려면 분배정책의 확대와 함께 공공 교육시설을 ‘지역주민의 시설’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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