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웰빙 육류' 말고기가 뜨고 있다. 예전 우리조상들은 말을 먹는 것 자체를 금기시 해왔지만 수백년에 지난 지금 말고기는 여성들에게는 미용식으로, 남성들에게는 강정식으로, 노인들에게는 관절염이나 골다공증·중풍치료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말 고기 역사

우리나라에서 말고기가 발달하지 못한 건 역사적인 이유가 크다.

「태조실록」에는 매년 섣달에 제주도에서 암말을 잡아 건마육(乾馬肉)을 만들어 조정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세종 때는 제주목사 이흥문이 영의정 황희 등에게 건마육을 뇌물로 줬다가 발각돼 파직돼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민 음식과는 동떨어진 음식이었다.

말은 농사짓는데 필요한 노동력이자 중요한 이동수단이었기에 말을 먹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급기야 말 도축 자체를 금기하는 법이 제정되면서 말고기는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군마 확보가 힘들어지자 조선 조정은 금살도감을 설치해 말 도축과 말고기 판매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했다. 이런 연유 때문에 국내에서 수백년간 말은 음식으로 생각되지 않았었다.

말 고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건 1990년대 무렵이다. 당시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말고기가 인기를 끌자 이점을 주목한 제주도에서 말고기 시식회 등을 열며 말 고기 대중화에 나섰고 2002년 무렵에는 말고기 음식전문점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말고기 전문점은 도내에서만 40여곳으로 그 수가 증가세에 있다.

말고기는 대개 제주도에서 난다.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말이 있듯 제주도에선 국내에서 사육되는 말의 70% 이상이 생산된다. 식용 말고기는 근육이 많아 질긴 경주마보다는 조랑말을 사육하는데 연간 1500마리 이상의 조랑말이 고기용으로 출시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말고기는 지방이 적은 고급 육류에 속한다. 부지런히 움직여 에너지를 소모하고 몸 안에 지방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살코기 부분에 해당하는 등심과 둔부에 지방이 거의 없고 대부분 단백질이다
말고기가 소고기, 돼지고기 등 다른 붉은색 육류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점은 팔미톨레산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농진청 난지농업연구소가 제주 말 20마리의 영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팔미톨레산 함량이 8.2%로, 돼지고기(2.8%)나 소고기(2.6%)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팔미톨레산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의 일종이다. 이 지방을 다량 섭취하면 혈관 건강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고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 기능이 향상(당뇨병 치료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피부 개선효과도 탁월하다.
팔미톨레산은 사람의 피부를 보호하는 피지의 주요 성분으로 강력한 항균작용을 통해 피부를 보호하고, 췌장의 기능을 향상시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말기름은 민간에선 화상 치유도 피부보호제로 써오기도 했다.
또 말고기엔 DHAㆍEPA와 함께 ‘오메가-3 지방 삼총사’에 속하는 알파리놀렌산(ALA)이 풍부하다. 알파리놀렌산도 혈관 건강에 유익한 지방이다.

영국 유명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말고기 관련 기사에서 "프랑스의 요리사와 정육업자들은 말고기를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를 대체할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고기의 대부분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많은 양의 말고기가 유통되고 있으며 미식가들이 말고기를 벚꽃처럼 붉다고 하여 사쿠라 니쿠(벚꽃육)란 이름으로 부른다. 제주 말고기는 일본에 수출된다.

이제 말고기도 골라 먹자

1, 1, 1+, 1++…한우를 고르는 기준 등급제. 이같은 등급제가 제주마에도 도입된다.
제주도는 축산물 등급판정소와 협의를 거쳐 제주산 말고기의 등급판정 기준을 마련했다.
말고기 등급은 근내 지방도, 고기와 지방의 색깔, 조직감, 성숙도 등에 따라 1∼3등급으로 구분될 전망이다. 쇠고기는 현재 1++, 1+, 1∼3등급 등 5개 등급으로 구분해 판정하고 있다.

말고기 등급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대부분 퇴역한 교잡마인 경주마를 비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식육용으로 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주마는 근내 지방도가 낮아 맛이 떨어진다. 등급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는 부차적으로 따라온다는 점에서 제주 말고기 유통의 일대 혁신이 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면시행시기는 내년초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말 음식 열전>


말 요리도 진화하고 있다. 언제까지 구이용 음식우로만 취급받을텐가. 여기 말로 만든 다양한 요리가 있다.

말 육회
가장 대표적인 요리다. 기름 층이 거의 보이질 않는 선명한 선홍색의 말고기 육회는 쇠고기에 비해 씹는 느낌이 좀 더 강하고 고기 자체의 달콤한 맛이 깊은 게 특징이다.

말의 뒷다리 살을 이용해 만드는데 채 썬 배를 곁들여 씹는 순간 입안 가득 적셔드는 달콤한 육즙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이 혀끝에서 살살 녹아든다. 싱싱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며 갖가지 양념과 어우러져 새콤달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말고기 사태
말고기 사태는 명절이나 설잔치 음식 준비때 만든 육수를 조금 덜어 젤라틴을 넣어서 굳힌 것으로 술안주뿐만 아니라 체중조절용 다이어트 식품, 골다골증 예방식품, 성장기 아이들의 간식 등으로 적극 추천한다.

절라틴의 특성상 20℃이상 되면 녹아버리므로 겨울철이 제격이며 냉장 보관하여 초간장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마떡갈비
마떡갈비는 잘게 다진 갈빗살과 사태살을 뭉쳐 갈비뼈에 다시 붙여 굽는 요리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하고 씹을수록 제 맛이 난다.

너무 센 불로 굽기 시작하면 안은 덜 익고 겉은 타므로 약한 불에서 서서히 익혀야 하고 다림 간장양념으로 졸여주면 색감과 맛이 더욱 좋아진다.

말고기 감자탕
감자탕은 뼈를 우린 육수에 감자와 각종 채소를 넣고 푹 익혀 먹는 누구나 좋아하는 토종 '국민 탕요리'다. 구수하고 먹음직스런 감자에 속속들이 뼈국물 맛이 흠뻑 배어들어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국립축산연구원에서 야심차게 말 감자탕을 개발한 이유도 일반에 맛과 친숙도가 높고 말고기와의 궁합도 좋기 때문이다. 말고기는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이 차 열을 내린다. 또 근육을 가르고 허리와 등을 강하게 해주는 강정식품이다.

감자에는 칼륨·인·아스코르브산이 들어있어고혈압과 동맥경화에 좋은 음식이고 신장병으로 인한 부기를 가라앉히는 기능도 있다. 감자의 사포닌 성분은 위벽을 보호하기 때문에 위·십이지궤양에 효과가 있다.

말고기 버섯전골
말고기 버섯 전골은 버섯이 많이 나는 계절에 여러 가지 버섯을 말고기와 함께 즉석에서 끓여먹는 음식이다. 다양한 종류의 버섯을 함께 조리할 때는 끓여서 먹을 것과 살짝 익혀서 먹을 버섯들을 골라 순서대로 넣어 먹는 것이 포인트.

말고기에 미리 양념이 되어 있으므로 육수는 전골냄비 크기에 맞춰 분량을 조절하여 한꺼번에 붓지 말고 국물이 졸면 그때마다 보충한다. 버섯전골을 먹고 난 후 우동 면을 넣거나 고춧가루나 해물전골 양념을 넣으면 매콤하고 개운한 별미는 즐길 수 있다.

말고기 버거스테이크
입안에서 녹는 부드러움과 감미로움을 함께 지닌 버거스테이크는 어릴 적 쉽게 양식과 접해 볼 수 있었던 추억의 요리다. 원래 기름기 많은 고기를 사용해 구울 때 기름이 녹아 내려서 부드러운 맛을 내지만 육류의 지방은 포화지방산이 많으므로 기름기가 적은 부분을 사용하도록 한다.

대신 감자를 갈거나 우유에 적신 빵가루를 고기에 섞으면 다진 고기가 뭉치는 것도 막고 부드러운 맛도 더해준다. 고기에 섞는 양파와 양송이는 여유 있게 볶아 냉동시켜 두고 고기는 그때그때 신선한 것을 적당량 구입해 쓰는 것이 좋다.

주의해야 할점은 말고기는 공기와 접촉되는 면적이 넓어 다른 덩어리 고기에 비해 쉽게 상하므로 정육점에서 살 때도 갈아 놓은 고기를 사기보다는 덩어리째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오는 게 좋다. 또 오래 보관하는 것 역시 좋지 않으므로 필요한 만큼씩만 사서 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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