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희 ‘벵듸마을 신문’편집국장....“신문보고 연락오는 사람 많아요”
부석희 편집국장, “마을 신문 통해 이주민과 ‘소통’하는 역할도 가능”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쯤 평대리사무소 한켠 작은 방에 환하게 불이 밝혀진다. 이 맘때면 하루 종일 농사일로 지쳐 쉬고 있을 때이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다. 바로 평대리 ‘벵듸마을신문’ 편집회의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발행인을 포함해 12명의 편집위원들이 모두 모였다. 교사로 일을 하고 있는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사일을 하고 있다. 모두 회의 테이블에 둘러 앉아 저마다 준비해온 기획안과 기사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신문이라고 만들어본 경험이 단 한번도 없는 ‘초짜’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 기획에서부터 마지막 인쇄 직전 맞춤법 확인까지 모두 이들 손에서 이뤄진다.

게다가 신문 제작 경험은 전무한 초보들이다보니 어렵고 힘든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의 편집회의와 제작은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피곤하지 않았다. ‘벵듸마을’ 소식이 신문에 실린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타지에 살고 있는 고향민들에게 보낼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물론 신문을 만드는데 부담이 된다. 그래서 설전도 벌어진다. 창간호를 만들고 난 뒤 마을 주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을을 떠나 다른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 또 멀리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두 번째 받아 볼 신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신문은 지난 7월 마을 주민들이 1만원씩 십시일반 후원한 150만원으로 창간호 8면 1500부를 발행했다.

처음에는 마을 사업 소식을 보다 쉽게 알리기 위해 신문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을에 이주해온 외지인들을 취재하면서 그들과 마을 원주민들과 한 층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까지 마련됐다. 얼굴 보고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 대신 하게 된 것이다. ‘소통’의 수단으로 신문이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편집위윈들은 3개월에 한번 씩 만들어지는 신문을 위해 그동안 마을의 소소한 일부터 마을사업에 이르기 까지 모든 일들을 메모하고 카메라 앵글에 담는다. 계절이 바뀌는 ’벵듸마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벵듸마을이 고향인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신문을 통해 마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볼 수 있다. 누가 어떻게 지내는지,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이 신문에 나오기 때문에 정겹고 따뜻할 수 밖에 없다.

항의도 받았다. 인터뷰를 했는데 왜 기사를 실어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신문 제작이 서툴다보니 인터뷰를 빠트렸다. 주민들의 관심이 있다는 반증이었다. 항의한 당사자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점점 커져갔다.

광고도 받았다. 광고는 다음호부터 상호 정도만 작게 실을 예정이다. 마을 소식을 실을 공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부석희(49) 편집국장.
어렵사리 만들어진 신문은 마을 청년회 등이 마을을 누비며 주민들에게 직접 나눠드린다. 그러면서 신문을 받는 사람들에게 ‘정보’도 얻는다. 자기 얼굴, 소식이 실린 신문을 보면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육지나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을 소식을 알리기 위해 우편작업 까지 손수 챙긴다.

부석희(49) 벵듸마을 신문 편집국장은 “신문을 보고 연락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평대 마을의 자긍심 때문 아니겠나. 후원도 이제 조금씩 늘어난다”며 “이런 사람들 때문에라도 힘들어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뿌듯해했다.

그는 이어 “어르신들이 글자가 작다며 불만을 제기한다”며 “누구나 알아보기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고민이 많이 된다”고 토로했다.

부 국장은 “처음에는 소식지 정도로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하나 둘 모여 신문이 생각보다 잘 만들어 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 국장은 “편집위원들 모두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한 끼 못사는 것이 미안하다”면서도 “이 일은 정성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 국장은 “다음호는 추석과 해녀 어머니들의 삶, 평대 사람이 된 사람들과 소통하는 내용으로 많은 분량을 채울 예정”이라며 “농업 전망 등 마을 사소한 이야기 거리, 문화행사 소개 등 창간호에 이어 다양한 이야기가 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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