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 운전자 코뼈 부러뜨려…동영상 찍자 머리채까지
제주지법 “상식에 반해…형부 실형 감안 동거 가족은 벌금형”

▲ 제주지방법원.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갑작스런 끼어들기로 사고가 날 뻔 하자 상대방 운전자를 쫓아가 욕설을 하고 주먹질까지 한 일가족에게 엄벌이 내려졌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정도성 판사는 상해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43)에게 징역 8월을, 운전자 B씨(33·여)와 동승자 C씨(59·여)에게는 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B씨는 지난해 9월17일 오후 7시30분쯤 어머니 C씨와 언니 D씨, 조카들을 태우고 제주시 연동을 지나가던 중 E씨가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하마터면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

이에 화가 난 B씨는 E씨의 차량을 쫓아가 정차한 뒤 욕을 하며 하차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E씨와 함께 동승한 아내 F씨(31)는 두려움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한 뒤 핸드폰으로 B씨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C씨는 조수석쪽으로 다가와 열려진 창문으로 F씨의 핸드폰을 치고,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10여분 뒤 D씨의 남편 A씨가 아내의 연락을 받고 나타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A씨는 처제와 실랑이를 벌이던 E씨에게 다가가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머리채와 목을 잡아 흔들었다.

또 B씨와 C씨로부터 자신의 아내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말리기 위해 다가서는 E씨를 향해 얼굴 부위를 2차례 때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E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싸움은 경찰이 도착해서야 끝이 났고, 이 일가족은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동영상 촬영을 하던 F씨 역시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C씨의 뺨을 때린 혐의로 함께 넘겨졌다.

재판부는 “F씨가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상대방의 행태를 증거로 남기기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된다”며 “폭행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B씨, C씨의 침해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소극적인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F씨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라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E씨가 안전운전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러 위협적으로 운전한 것은 아니”라며 “이 사건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대방 운전자의 운전실수를 참지 못하고 뒤따라가 욕을 하는 등 보복행위를 하고 나아가 폭력사건으로 확대된 경우”라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이어 “이들 가족의 보복행위는 일반적인 국민의 상식에서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상대방 운전자를 폭행해 코뼈를 부러뜨린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불법행위”라며 엄벌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E씨는 태권도 사범을 할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었으나 뒷차량 가족의 폭행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고, 당시 E씨의 자녀들은 차 안에서 자신의 부모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면서 A씨 가족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다만 재판부는 “동거 가족들 중 A씨가 실형으로 처벌을 받는 점을 고려해 B씨와 C씨는 벌금형으로 처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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