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외고 비대위, 일반계고 전환 반대…도교육청 사과 촉구
“설문·면담 전혀 없이 일방적 추진…용역보고서 즉각 폐지해야”

▲ 제주외고 일반계고 전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용역보고서를 즉각 폐지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사과할 것을 도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특수목적고를 제주시 동지역으로 이전하고 평준화지역 일반계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긴 제주도교육청의 고교체제 개편안에 대해 제주외고가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외국어고등학교 학부모와 졸업동문들로 이뤄진 ‘제주외고 일반계고 전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3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용역보고서에 대한 도교육청의 책임 있는 조치와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제주도교육청이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해 마련한 고교체제 개편안을 놓고 “제주외고의 일반계고 전환을 하나의 방안으로 내놓은 용역보고서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들은 “외고폐지라는 중요한 문제가 학교에 방문 한 번 없고 교과과정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었다”며 “학교의 주체라 할 수 있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과의 면담이나 설문도 전혀 없이 결정됐다면 용역보고서는 가치를 상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또 하나의 더 치명적인 문제는 현행법상 제주외고를 폐지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외고는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90조에 따라 입시비리, 회계비리, 교육과정위반, 교육청 평가기준미달, 학교의 신청 등 특목고의 폐지 조항에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만들어진 용역보고서는 폐기하고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5년마다 실시하는 교육청 평가에서 60점 이하를 받으면 특목고 지정이 폐지될 수도 있지만, 제주외고는 올해 교육청 평가에서 90점 이상을 받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에서는 모두 만점을 받았다”며 “용역발주처인 교육청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심각한 오류가 있는 보고서를 철저한 검증 없이 발표하고 혼란을 준 것은 책임을 져야한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교육감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이뤄지지 않았고 잘못된 보고서에 대한 정정보도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외고 입학을 꿈꾸던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더불어 “도내 중학교 입시담당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제주외고 지원을 만류하는 심각한 일이 여러 중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비대위는 “잘못된 용역보고서의 오류를 인정하고 즉시 제주외고의 일반계고 전환 불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라”면서 “수시대입과 고교 신입생 유치의 차질에 대한 해소방안으로 각 학교에 공문을 발송하는 등 효과적인 대책을 지금 당장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 양혁준 제주외고 졸업동문일동 대표.
이날 제주외고 졸업동문일동도 제주외고의 일반계고 전환 움직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혁준 졸업동문일동 대표는 “제주외고가 외고임에도 불구하고 어문계열 진학률이 낮다는 이유로 ‘특목고의 자질’을 기준으로 평가대에 오르게 됐다”면서 “외고는 본래 외국어만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외국어에 능숙한, 능력과 학식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진학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고를 졸업한 모든 학생이 단순히 통역사, 번역가 등의 어문계열 직업만을 위한 진학을 하게 된다면 1차원적으로 외국어에만 능숙한 사람을 길러내는 직업학교가 되는 것”이라며 “다양한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키우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외고는 ‘글로벌 인재양성 교육 실시 여부’라는 기준을 놓고 봤을 때 특목고로써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학교”라며 “졸업한 동문들도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충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동문 대표는 “제주외고가 없어질 경우 외고에 지원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타 지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제주도가 글로벌 인재를 잃게 되는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제주외고는 공립이라는 장점을 등에 업고 일반계고와 비교했을 때 학보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다”면서 “교육의 방향이 명문대 진학에 있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다해나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양 동문 대표는 “10년 남짓한 역사로 1기 졸업생이 여전히 20대라는 ‘어린 학교’라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 시선들을 배수의 진으로 생각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서도 제주외고는 분명히 존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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