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환경단체 “선흘곶자왈 파괴하는 토석채취사업 중단해야”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 지적…“제주도, 곶자왈 보전 약속 지켜야”

▲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일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제주 선흘곶자왈 일대에 골재 채취를 위한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지역 환경단체들이 곶자왈 보전정책을 분명히 할 것을 제주도에 촉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동백동산 인근 선흘곶자왈을 파괴하는 토석채취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다려석산(주)는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부근 15만3612㎡ 일대에서 현무암 116만352㎥를 채취해 쇄석골재로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토석채취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도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심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제주지역 환경단체들은 “해당 사업예정지는 생태적·지질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곳”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사업예정지.
이들에 따르면 사업예정지는 람사르습지이자 제주도지방기념물 10호인 동백동산이 이어지는 숲으로,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는 선흘곶자왈과 이어지는 곳이다. 지질과 식생 특징을 보면 크고 작은 숲과 습지가 곳곳에 존재하고 있어 선흘곶자왈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사업예정지는) 지난해 제주도가 발주한 곶자왈 보전관리 용역 보고서의 곶자왈 경계설정 연구에서 신규 곶자왈 지역으로 평가되기도 했다”며 “제주도가 올해 시작한 ‘곶자왈 경계 조사 사업’ 결과에 따라 곶자왈 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추진하는 토석채취사업은 기존의 투석채취 사업을 확장하는 사업으로 이미 심각한 수준인 선흘곶자왈 훼손을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수십만 년 세월동안 만들어진 곶자왈을 당장의 골재수급을 위해 없앤다는 것은 너무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 환경단체가 직접 사업예정지에 가서 공동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습지가 발견됐다. 
이들 환경단체는 사업인허가에 있어 객관적 판단기준이라 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서’ 마저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업추진을 위한 통과 의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업예정지를 조사한 결과 환경영향평가서가 식생특성과 환경적 중요성을 저평가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먼저 “사업예정지는 동굴과 습지를 주로 만드는 파호이호이 용암으로 이뤄진 빌레지대(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암반지대) 위에 숲이 형성된 곳으로 습지가 필연적으로 분포할 수밖에 없는 지형”이라며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서상에는 습지가 전혀 없다고 서술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환경단체 공동 조사 결과 최소 5개 이상의 습지와 다수의 건습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숲이 방대하고 접근성이 힘들었고 조사기간이 짧아 전체를 조사할 수 없었는데도 이 정도의 습지가 발견됐다면 앞으로 추가로 습지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제주고사리삼 군락지.
이들은 또 “사업예정지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자 세계적 희귀식물인 제주고사리삼 군락지와 100미터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며 “제주고사리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흘과 김녕지역에만 분포하는 희귀식물로서 선흘곶자왈 지역은 세계 최대 분포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조사 결과 사업예정지에서도 선흘곶자왈의 고사리삼 군락지와 유사한 다수의 건습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는 제주고사리삼 군락지가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곳은 숲이 울창하고 숲 안의 습지가 여러개 분포하고 있어 수많은 조류가 서식하고 있고 이 중에는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된 조류도 많다”면서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상에서는 법정 보호종 조류에 대한 보전대책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 사업예정지 북쪽으로 1.9km 떨어진 곳에 '북촌굴'이, 남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하나인 '이데기모둘굴'이 있다. 이에 따라 사업예정지에도 동굴분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사업예정지의 동굴분포 가능성도 제기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동굴과 인접하고 있어 동굴분포 가능성이 높지만 영향평가서에는 이러한 가치가 제시되지 않아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지구에 대한 생태계 등급의 저평가 문제도 제기했다.

이들은 “사업지구는 제주도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 중 생태계보전지구 4-1등급 및 5등급으로 평가돼 있다. 하지만 이곳은 종가시나무 2차림으로서 충분히 3등급에 비견되는 면적을 포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재 제주도가 관리보전지역 재정비용역을 진행 중인데 향후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할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생태적·지질적 가치를 갖고 있는 사업예정지가 토석채취사업으로 사라진다면 제주도의 소중한 공유재산을 파는 것과 다름없다”며 개발을 지양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그동안 곶자왈을 비롯해 중산간 환경보전 의지를 밝혀왔으나 안덕곶자왈 채석장 허가에서 드러났듯이 곶자왈 보전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또다시 말로만 곶자왈을 보전하는 도정으로 남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 사업예정지 내 숲.
▲ 사업예정지 내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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