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기자와 폭행 시비 논란 휩싸인 공무원 자살 시도 ‘충격’
투신 직전 “언론권력 앞 약자인 공직자들 당할 자 없다” 문자 남겨

▲ 백모 제주시청 국장이 23일 오전 5시59분 투신을 시도한 제주시 연동 모 4층짜리 건물. 이 건물은 일간지 기자와 폭행 시비가 있었던 당시 함께 술을 마신 홍보 사업자의 건물로 알려졌다.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제주도 모 일간지 간부급 기자와 폭행 논란에 휩싸인 제주시청 국장이 투신하면서 그 배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전 5시59분쯤 제주시 연동 모 건물 4층 복도에서 제주시청 소속 백모(57) 국장이 투신했다.

다행히 1층 가건물 지붕 위로 떨어지면서 목숨을 구한 백 국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제주시내 한라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허리 등을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백 국장은 이날 새벽 아내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아내는 이날 5시44분 “남편이 오지 않는다. 죽어버리겠다는 문자가 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하고 15분쯤 뒤 연동 인근 주민으로부터 ‘사람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날 오후 6시3분쯤 백 국장을 구조할 수 있었다.

백 국장이 투신한 곳은 모 일간지 기자와 폭행 시비가 벌어졌던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광고 사업자 A씨의 자택으로 알려졌다.

앞서 백 국장은 지난 19일 오후 11시40분쯤 제주시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일간지 기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백 국장의 주장에 따르면 이날 A씨와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해당 기자가 “술 한 잔 더 하자”고 말을 걸어왔고, 이를 거부하자 “옷을 벗겨 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했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서 목덜미를 잡아당기고 팔꿈치로 가격하는 등 폭행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안경이 떨어지기도 했다는 것이 백 국장의 주장이다.

경찰은 백 국장의 자살 시도가 이 폭행 사건과 연관이 있는 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 국장은 자살 이전에 시청을 비롯한 도청 관계자와 도의회 의원 및 지인들에게까지 유서로 추정되는 문자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백 국장은 이날 새벽 3시39분쯤 문자에서 “그간 감사합니다. 혼자 일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고 말문을 열며 “아무리 정의로운 일이지만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언론, 즉 펜에 권력 앞에는 약자인 공직자들은 당할 자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행정조직사회에 국민에 알권리를 내세워 공직사회는 물론 인사에 개입하고 자기사람을 심어놓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업을 하는 집단과 중추적인 일을 담당하는 그러한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척하는 이러한 일들을 파헤쳐 정의로운 사회를 꼭 만들어달라”며 “(원희룡) 지사님이 상기 일들을 꼭 파헤쳐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실 관계를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가는 A씨(광고 사업주)와 B씨(모 일간지 기자) 결탁관계도 도차원에서 꼭 파헤쳐 주시길 바란다”며 “사법기관에서도 꼭 파헤쳐달라”고 부탁했다.

▲ 이날 백모 국장의 투신 소식을 접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병원을 방문해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이 같은 문자 내용을 비춰봤을 때 현 국장의 자살 시도가 이번 사건의 논란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경찰이 모 일간지 기자에 대해 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어서 향후 그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투신 소식을 전해 들은 원희룡 지사는 이날 오전 11시쯤 백 국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혼자가 아닙니다. 어서 몸부터 추스리세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현재 백 국장은 의식은 있지만 깨어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폭행 시비 논란을 접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함께 술 마실 것을 거부했다고 공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행위는 단순한 한 명이 아니라 7000여 제주 공직자를 위해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공무원노조 제주본부는 이어 “공무원의 옷을 벗기겠다고 하는 것은 제주 전체 공직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만행”이라며 “뿌리 깊게 패착되어 있는 무소불위 언론권력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이에 상응한 합당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 백모 제주시청 국장이 투신 직전 시장을 비롯한 도청 관계자와 도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전문①.
▲ 백모 제주시청 국장이 투신 직전 시장을 비롯한 도청 관계자와 도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전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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