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역농협, 농민위한 조직인가?③“마늘 값 전망 못했냐? 안했냐?”
조합원들, “마늘 값 너무 싸게 팔아 상인들만 배불리는 결과 가져와”
이창철 조합장, “입장 밝히고 말게 없다. 왜 나한테 전화 했

▲ [뉴시스] 지난 5월 28일 서귀포시 대정농협 유통사업소에서 열린 올해 마늘 첫 수매현장에 1t트럭에 마늘을 가득 싣고 온 차량이 길게 줄을 선 가운데 대정농협의 품위 및 건조상태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2013년산 마늘 값 대폭락으로 2014년 ‘부도위기’를 맞았던 대정농협이 2015년산 마늘을 조합원들 기대치보다 낮게 팔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국 마늘 생산량이 줄어 가격 상승세가 당연한 상황에서 대정농협이 상인들에게 너무 일찍 팔아버려 조합원들 이익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대정농협은 올해 조합원들에게 1kg에 2500원을 주고 마늘을 수매했다. 대정농협은 조합원들로부터 마늘을 사들이는 현장에서 상인들에게 전체 물량의 1/3만 남기고 팔아넘겼다. 판매가는 1kg에 2600원이었다. 나머지는 창고로 옮겨져다.

하지만 상인들에게 판매하고 난 이후 마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1kg에 최고 6000원까지 오른 것이다.

대정농협의 이사 A씨는 “대정농협이 2013년산 마늘 때문에 적자폭이 커서 2014년 엄청 힘들었다. 당시 농협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며 “그런 영향 때문에 직원을 비롯해, 이사회, 조합장 등이 마늘을 저장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올해 재고를 남기지 않고 팔아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마늘 재고물량은 전체 수매량의 1/3 수준이다. 올해 수매량 가운데 현장에서 2/3를 상인들에게 판매해 버렸다”며 “그 결과 조합장, 직원을 비롯해 이사들까지 조합원들에게 혼을 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합원들은 이창철 조합장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전무 출신인 이 조합장이 대정농협 상황과 전국 상황을 도외시 한 채 낮은 값에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결과 상인들만 배불리는 꼴을 가져왔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대정농협 조합원인 B씨는 “조합원들 사이에 농협에 대한 불만이 많다.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팔아버려서 조합원에게 돌아올 이익이 줄어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건 마늘을 싸게 구입해 창고에 저장해 놓은 상인들 뿐”이라며 “심지어 마늘 종자 값이 1kg에 6000원(국내산, 수입산은 5000원 수준)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합과 조합장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조합원 C씨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조합장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C씨는 “지난해 대정농협이 어려웠다. 이 사실을 모르는 조합원은 없다. 농협이 문닫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면 말 다한 것 아니냐”며 “그러나 그만큼 적자를 봤으면 조합장을 비롯한 직원, 이사회는 어떻게든 적자를 메꾸고 조합원들에게 배당을 더 해주려고 고민하고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근데 마늘 재배면적과 생산량에 대한 전국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건지,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조합장이 지금 물량만 남기고 모조리 팔아치워 버렸다”며 “조합원들은 올해 마늘 값이 좋을 것이라 전망하고 추가 배당이라도 기대했지만 조합장의 행태를 보니 글러먹었다”고 씁쓸해했다.

조합원 D씨는 “대정농협이 1kg에 100원 남기고 마늘을 팔아버렸다. 조합원들 사이엔 ‘더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겨, 적립도하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배당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경영상의 판단미스와 착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대정농협 유통사업소 관계자는 “마늘 수매가를 결정할 때 작황, 재배면적 등 전국적인 상황을 고려해 판단했다”며 “최대한 조합원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론적으로 보면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대정농협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이창철 조합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조합장은 “입장을 밝히고 말게 없다. 뭘 물어보려고 그러는 것이냐. 왜 나한테 전화를 해서 그러냐.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짜증을 내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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