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치 사례 2013년 상반기 비해 올해 상반기 3배↑
‘사건’ 아닌 ‘신고’ 늘었기 때문…4대악 지정으로 경찰 적극 조치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제주지역 가정폭력 사건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상반기에는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107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97건으로, 무려 3배 이상 뛴 것이다.

제주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2013년 378건, 2014년 403건으로 나타났으며, 올해는 7월 현재까지 468건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증가 추세인데다 한 해가 저물지도 않았지만 벌써 지난 한 해 건수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배우자를 때려 숨지게 한 사례도 있다. 지난 4월26일 오전 6시35분 제주시 삼도동 자택에서 아내(30)를 때려 숨지게 한 현모(30)씨가 그 예다.

당시 현씨는 ‘아내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스스로 119에 신고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아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자국이 발견되고 ‘부부가 자주 다퉜다’는 주변 진술을 토대로 현씨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가정폭력은 자식에서 부모로 행해지기도 했다. 수십년간 아버지로부터 갖은 학대와 폭력에 시달린 지적장애 아들 문모(35)씨가 지난해 7월 집에 불을 질러 아버지(55)를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물림되는 가정폭력의 단적인 예다.

술만 마시면 집안 물건을 던지고 폭언을 일삼는 남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박진숙(48·가명)씨는 “나야 참고 살지만 우리 아들이 보고 배워서 나중에 며느리한테 똑같이 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폭력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실제로 가정폭력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아이들은 ‘나는 절대 저렇게 안 살거야’라고 다짐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학습하고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가정폭력 사례가 해마다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건’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신고’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 분위기의 변화로 피해자들이 배우자 등의 폭력에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 관계자는 가정폭력이 정부가 정한 4대악에 포함되면서 이전에는 개별 가정의 사적인 사안이라고 판단하던 사건들도 수사당국이 적극적으로 송치함에 따라 사범이 더 늘어난 것으로 바라봤다.

이와 관련해 고은비 제주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가정폭력은 더 이상 ‘집안일’이 아니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4대 사회악 중 하나”라며 “적극적으로 알리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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