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역농협, 농민위한 조직인가?...②“선거공신에 농산물 몰아주기”의혹
해당농협 조합장, “선거보은 아냐...판매처 다원화 위해 신규업체 선정한 것”

▲ [제주도민일보 DB]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내 한 농협이 조합원에게 사들인 농산물을 지난해까지 거래실적이 없던 상인들에게 팔아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상인들 가운데 일부는 올해 3월 11일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서 현 조합장 편에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선거보은’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농협 조합장은 이와 같은 내용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최근 김녕농협 조합원들에 따르면 김녕농협은 2014년까지 김녕양파, 남양상회, 알찬양파, 올래양파, 외갓집농산, 종합식품 등과 같은 업체에 양파·마늘을 판매했다.

이 업체들은 농산물 가격이 높건 낮건 상관없이 매년 김녕농협 농산물을 구매했다. 가격이 높으면 유통업체들은 이익을 봤지만, 가격이 낮을 때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김녕농협의 농산물을 구매한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올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난해까지 거래해오던 업체 이 외에 새로운 거래업체 목록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종합식품, 대일유통, 가야농산, 동복저장고, 박관규·김극성 상인 등으로 확인됐다.

이를 의심스럽게 생각한 조합원들은 해당 업체들의 대표가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수소문에 나섰다. 혹시 선거보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이들 업체를 조사한 결과 일부 특정 업체 대표들이 지난 조합장 선거에서 김기홍 현 조합장을 지지하고 다닌 것을 확인했다.

김녕농협 한 조합원은 “기존업체와 거래하던 물량을 빼서 신규업체에 몰아줬다”며 “두 업체는 현 조합장이 출마하자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다”며 ‘선거보은’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계약재배 농산물을 농협이 수매한 뒤 이를 다시 상인들에게 판매할 때는 공개 입찰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수의계약을 맺어 판매하고 있다”며 “(상인들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농산물을 거래하다 보니)조합장 마음대로 이른바 ‘선거공신’에게 물건을 넘겨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제 ‘김녕농협 양파 업체별 매매(판매) 실적 집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상인들에게 판매한 양파 판매 내역은 김녕양파에 225톤(상품, 중품 포함), 남양상회에 587톤, 알찬양파에 127톤, 올래양파에 279톤, 외갓집농산에 94톤, 성수상회에 96톤, 종합식품에 193톤, 한림농협에 60톤 등을 판매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김녕양파에 141톤(전년대비 –84톤), 남양상회 515톤(-72톤), 알찬양파 116톤(-11톤), 올래양파 150톤(-129톤), 외갓집농산 161톤(67톤), 성수상회 77톤(-19톤), 종합식품 80톤(-113톤) 등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거래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신규업체인 김극성 70톤, 대일유통 148톤, 가야농산 40톤, 박관규 22톤, 동복저장고 51톤 등에 판매물량이 새롭게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녕농협의 한 이사는 “양파, 마늘 값이 오를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사들은 이 농산물을 저장했다가 가격이 오르면 팔자고 조합장에게 건의를 했다. 그런데 조합장은 상인들에게 팔아버렸다”며 “특히 지난해까지 거래 실적이 없던 상인들에게 농산물을 팔았다. 확인해 보니까 조합장 출마당시 적극적으로 운동을 한 업체가 한두 곳 있었다. 잘못되긴 분명히 잘못 됐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김기홍 김녕농협 조합장은 “농산물 판매처를 다원화하기 위해서 신규업체를 몇 곳 더 선정했다. 특히 양파의 경우 중간 크기를 상인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신규 업체를 알아봐 결정 한 것”이라며 “선거보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경제사업 파트에서 업체를 알아본 뒤 조합장인 나에게 결재를 올려, 최종 결정은 조합장이 한다”며 “조합장 단독으로 그렇게 마구잡이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래처 선정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이사회의 권한이 현재보다는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호중 녀름 연구소 정책팀장은 “농협이 농민들에게 사들인 계약재배 농산물을 다시 상인들에게 판매할 때 ‘수의계약’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거래처 선정 과정이 불투명해 자칫 잘못하면 조합장의 로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조합원들에게 의견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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