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역농협, 농민위한 조직인가?...①조합장 독단 결정 조합원 이익 줄어
마늘·양파 주산단지 농협들…가격상승 요인에도 불구 헐값에 팔아넘겨
전문가들, “이사회 강화해 조합장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

▲ [제주도민일보 DB] 양파를 수확중인 농민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내 일부 농협 조합장들이 마늘과 양파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에게 판매해 농민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도내 일부농협은 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합장 단독으로 농산물을 판매해 물의를 빚고 있다. 조합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제재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강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김녕농협 조합원들은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됐다. 마늘과 양파 값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데 농협 창고에 저장된 물량이 없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저장해 두었다 팔았으면 추가이익을 얻었을 텐데 조합원들은 이렇게 팔아버린 조합장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김녕농협은 조합원들에게 올해산 마늘 1397톤(특품 676톤, 상품 485톤, 하품235톤)을 1kg에 2500원을 주고 사들였다.

김녕농협은 조합원들에게 사들인 마늘을 2900원에 유통상인들에게 팔아넘겼다. 그래도 이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재배면적 감소와 작황 부진으로 마늘 생산량이 감소하자 가격이 꾸준히 올랐던 것이다.

과연 김녕농협 측은 몰랐을까? 가격이 꾸준이 오르기 전 김녕농협 이사들은 마늘과 양파를 창고에 보관해 뒀다고 값이 더 오르면 팔자고 조합장에게 건의했다. 이사들은 반드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기홍 김녕농협 조합장은 이사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수매가격 보다 400원 비싸게 상인들에게 마늘을 팔아버렸다.

더욱이 김녕농협은 매년 800~1000톤의 깐마늘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깐마늘을 생산할 충분한 원재료도 남겨두지 않고 팔아 버렸다.

현재 김녕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깐마늘 원재료는 특품, 상품, 하품을 모두 포함해 600톤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녕농협의 한 이 사는 “이사회 때 양파 200톤, 마늘 1000톤을 저장하자고 했다. 그러나 깐마늘 원재료 600톤만 남기고 팔아버렸다. 당시 조합장은 일단 팔고 뭍에서 마늘을 사다가 깐마늘을 생산하면 된다고 했다”며 “그러나 육지부 마늘은 현재 1kg에 6000원씩 거래되고 있다. 대체 얼마나 적자를 보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 가락동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마늘 가격은 최근 1kg에 5000원을 호가하고 있다. 김녕농협 측이 수매한 2500원 보다 두배나 오른 것이다. 상인들에게 팔아치운 2900원보다 무려 2100원이나 더 높은 가격이다. 심지어 현재 전남, 경남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늘은 1kg에 6000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녕농협의 문제는 마늘에서 그치지 않았다. 양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김녕농협은 조합원들에게 양파를 20kg 한망에 1만2000원을 주고 사들였다. 김녕농협 이사들은 마늘과 마찬가지로 양파도 저장해 뒀다가 가격이 조금 더 오르면 팔자고 조합장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김녕농협 측은 또 이사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김녕농협은 상인들에게 20kg 한망에 1만4500원을 주고 팔아 넘겼다. 그러자 마늘과 같은 이유로 양파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양파 상품기준 20kg 한 망에 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합원들로부터 수매한 가격보다 2배 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녕농협의 한 조합원은 “이래저래 계산하면 마늘과 양파 판매사업에서 최소 20억 정도를 앉아서 날린 셈이다. 상인들 배만 불린 꼴이 됐다. 김녕농협 한해 당기순이익이 4~5억원임을 감안하면 4~5년치 당기순이익이 없어진 것”이라며 “더욱이 농협이 돈을 더 벌면 조합원들에게 이를 환원해 준다. 조합원들에게 더 돌아갈 수 있었던 돈이 공중분해 됐다”고 주장했다.

▲ [제주도민일보 DB] 마늘을 수매하고 있다.

대정농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정농협은 조합원들에게 1kg에 2500원을 주고 총 9100톤의 마늘을 사들였다. 그러나 현재 대정농협 창고에 남은 물량은 2000톤 수준이다.

대정농협 관계자는 “정부의 채소수급 안정사업 품목에 마늘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언제 또 TRQ 물량을 풀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에 수매 현장에서 상인들에게 2600원을 주고 판매했다”고 말했다.

반면 함덕농협은 양파를 저장해 놓고 거래처에 소포장 단위로 조금씩 판매하고 있다. 마늘은 수매물량이 워낙 적어서 없어서 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석 함덕농협 조합장은 “올해 마늘을 수매했는데 워낙 수매물량이 적어서 없어서 못 팔고 있다. 마늘을 어디서 추가로 구입해다가 팔고 싶은 심정”이라며 “양파는 1300톤 수매해서 저장해 놓고 거래처에 조금씩 소포장해서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녕, 대정농협과는 다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녕리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조합장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농협 조합장이 상인들 입장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 농민은 “어느 조합장이건 가급적 농민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양파 작황이 너무 좋지 않아 작년 수준의 반도 수확하지 못했다”며 “그러면 적어도 1만5000원 정도는 받아야 인건비, 비료, 트랙터 등 생산비를 감당할텐데 농협이 상인들 입장에서 결정해 버렸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권한을 현재보다 더 강화하는 한편 이사회 인적구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협동조합을 연구하고 있는 이경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원은 “조합장을 상시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기구는 이사회 밖에 없다. 이러한 이사회의 권한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1년 사업계획에 포함된 분기별, 월별 사업계획서가 이사회를 통해 결정 될 수 있도록 이사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이사회가 조합장의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원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의식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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