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교육업체측, 대법원 유죄 판결에도 아랑곳없이 캠프 운영
일방적 캠프 취소 통보에 연락두절까지…‘환불 어떡하나’ 전전긍긍

▲ 제주 모 영어캠프 홈페이지 캡쳐화면.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제주에서 펜션 등을 임대해 영어캠프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는 한 교육업체의 행태가 학부모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캠프를 코 앞에 두고 갑작스레 ‘취소’를 통보하며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제주)는 여름방학을 맞아 오는 21일부터 5박6일간 제주에서 진행되는 모 영어캠프를 신청했다. 참가를 신청하자마자 참가비 전액인 59만8000원을 입금하고 자녀와 함께 캠프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캠프를 2주 앞두고도 아무런 공지가 없는데다 전화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수차례 전화를 한 끝에 겨우 캠프측과 연락이 닿은 A씨는 ‘장소를 미리 둘러보겠다’며 캠프가 열리는 위치를 알아냈다.

캠프측에서는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진행된다고 했지만 A씨가 직접 해당 펜션에 전화한 결과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황당한 A씨는 환불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캠프측에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계약담당자가 통화가 안되서 문의해놨으니 답변이 오는대로 정확하게 전화드리겠다’는 문자가 왔다. 며칠 뒤 A씨는 캠프측과 해당 펜션이 뒤늦게 계약한 사실을 양측에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다.

▲ 학부모 A씨가 지난 17일 오후 6시쯤 제주 모 영어캠프측으로부터 받은 취소 통보 문자.
그런데 캠프를 4일 앞둔 지난 17일 오후 6시쯤 캠프측으로부터 캠프 취소 통보 문자를 받으면서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캠프측은 문자에서 ‘부모님들께 심려를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말문을 열며 ‘메르스 사태로 신청자 대다수가 취소하였고 특히 교육청, 일본학생 단체가 취소되어 73기 영어캠프는 부득이 취소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환불을 원하시는 학부모님에게 9월16일에 전액 환불하여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겨울캠프로 변경해 5박6일 64만6000원을 선택해 참여하신다면 차액분을 더 받지 않고 참여토록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자를 받은 A씨는 “어이가 없다”며 “이날 오전에 통화할 때만해도 ‘걱정말라’고 했는데 저녁에 돌연 취소한다는 문자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캠프측에 5박6일간의 일정표를 요구했으나 17박18일치 일정표를 받아 화가 나 있던 참이었다. 캠프측에서는 ‘두 과정이 거의 비슷하니 참고하라’고 말했고 A씨는 ‘두 과정이 어떻게 똑같을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취소에 대해 언급조차 없었던 캠프측에서 황당한 이유를 대며 일방적으로 캠프를 취소하자 A씨는 곧바로 항의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수차례 전화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문자가 온 본사 사무실 번호로 전화했는데 착신 연결을 했는지 전화기 전원이 꺼져있다는 응답이 들렸다”면서 “그런데 황당하게도 같은 번호로 주말 내내 캠프가 취소됐다는 문자는 오더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만약 사정이 있어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환불은 왜 바로 안되는거냐”고 열을 냈다. 제주국제영어마을 등록약관 제6조에는 ‘모든 환불일자는 캠프 종료 후 2주 후에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취소통보를 한 지 사흘이 지나 <제주도민일보>와 이뤄진 통화에서 캠프측은 “73기만 취소됐을 뿐 나머지 캠프 일정은 그대로 진행한다. 전체 캠프 일정은 8월23일에 끝이 난다”며 “그때를 기준으로 2주 후에 환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취소 사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캠프측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취소한 구체적인 인원수와 교육청·일본학생 단체에 대해 묻자 캠프 관계자는 말을 얼버무리더니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캠프측의 태도를 전해들은 A씨는 “진즉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다”며 “앞서 캠프측에 학원으로 등록돼 있냐고 물으니 교육청에 신청한 상태라서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영어캠프기간 및 참가비.
무등록 학원으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막무가내식 운영 사전에 막을 방법 없어”

제주시교육지원청에 확인한 결과 캠프를 운영하는 O업체는 학원 등록 신청은 커녕 무등록 학원으로 벌써 6차례나 고발 당한 전력이 있는 곳이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강생 10명 이상, 30일 이상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 학원으로 등록해 반드시 해당 지역 교육청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O업체는 등록도 하지 않은 채 2011월 1월 조천읍 북촌리 소재 펜션, 2012년 1월 구좌읍 하도리 소재 리조트, 2013년 1월 봉개동 유스호스텔, 2013년 8월 한경면 소재 폐교, 2014년 8월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박물관, 2015년 1월 조천읍 소재 펜션 등으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캠프를 운영해왔다.

이에 지난 2012년 8월(1차)에는 벌금 150만원, 2014년 3월(2차)에는 벌금 400만원이 확정됐으며, 3~4차 고발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500만원을 구형한 것으로 확인됐다. 5~6차 고발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까지 받았지만 업체는 캠프 영업을 멈추지 않았고, 이로인해 해마다 전국에서 피해자들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태풍’ 등을 이유로 캠프가 아예 열리지 않은 것부터 시작해 캠프가 열린다 하더라도 광고했던 원어민 학생도 없고 시설 또한 부실한 것이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은 매해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해 7월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캠프에 보내려고 신청했던 B씨(광주)는 일방적으로 캠프 취소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B씨는 “갑자기 캠프 전날 문자로 연락이 와서 태풍 때문에 캠프가 취소 됐다고 했다. 이미 비행기표까지 끊어놓은 상태에서 캠프 참가비 158만원에 비행기값까지 모두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이어 “광주지역에서 피해를 입은 학부모들끼리 모여 경찰에 고소하고 소비자고발원에도 고발했지만 아직까지 환불을 못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돈을 떠나서 다시는 운영을 할 수 없도록 전국적으로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속수무책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매년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주시교육지원청 차원에서도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학원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등록·신고없이 학원·교습소를 설립·운영한 경우 폐쇄나 교습 중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19조), 등록없이 학원을 설립·운영한 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내려진다(22조).

하지만 제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캠프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에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일단 캠프가 열리고 난 다음에 곧바로 경찰에 고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마땅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자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지난 2011년부터 해마다 전국 각 시·도교육청에 ‘무등록 시설(제주 모 영어캠프) 피해주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에 업체측은 영업방해를 이유로 제주시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2012년 3월, 2013년 11월, 2014년 4월 등 소송 건수만 3건으로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1억5000만원에 이른다.

법원에 확인한 결과 1차 소송건은 화해권고 결정이 났고, 2차 소송은 업체측이 패소했으며 3차 소송은 현재 진행중이다. 이에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며 막무가내식 운영에 혀를 내둘렀다.

더욱이 ‘제주’라는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면서 제주의 이미지마저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세계평화의섬과 함께하는 글로벌영어마을’이라는 타이틀이 걸려있다.

대놓고 제주의 대표성을 띤 이름으로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제주도나 경찰, 교육청 등 어느 곳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피해를 지켜볼 수 밖에 상황이다.

해당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여름방학 참가학생을 모집중이며, 캠프 취소와 관련한 어떠한 공지사항도 올라와 있지 않다.

오는 27일부터 8월1일까지 5박6일간 두 자녀의 캠프를 신청한 C씨(경기도)는 현재 캠프측과 연락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C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단은 비행기표를 취소한 상태”라면서 “돈은 둘째 치고라도 아이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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