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승훈 위원장
제주도가 지난 5월 14일 발표한 ‘고품질감귤 안정생산 구조혁신 방침’은 이전 도정에서도 한 결 같이 주장해온 ‘고품질감귤적정생산’정책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핵심적으로 달라진 것은 두 가지 뿐이다.

그 하나는 상품선별 규격 즉 포장단위가 10가지 규격에서 5개 규격으로 축소되고, 기존 소과기준의 절반은 상품으로 포함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1kg당 50원을 보조하던 ‘가공용수매보전금’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원 도정의 ‘고품질안정생산 구조혁신’안은 ‘가공용수매가보전’을 중단하기 위해 급조된 정책이다.

첫째, 지난 5월 14일 제주도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면서 “올해 1월부터 농업인, 농업인단체장 등 감귤전문가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회를 거쳐 혁신안을 만들었다”고 했으나 실제로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둘째, 5월 20일 가공용 감귤 해명 보도자료는 구조혁신안이 얼나마 졸속으로 만들어 졌는지 스스로 답하고 있다.

5월 14일 구조혁신안에는 ‘가공용 감귤수매규격을 상품이외의 감귤(비상품전량0을 가공처리 해오던 관행을 바꿔, 상품규격(2S~2L)안에서 발생되는 비상품만 가공용으로 수매한다’고 발표해 놓고, 5월 20일에는 ‘가공용수매중단이 아니라 종전처럼 전량 수매하되 수매보조금만 중단하는 것’이라고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셋째, 고품질 감귤생산을 위한 표준과원조성, 성목이식, 작형전환 등 10여가지 주요사업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전부터 이미 집행하고 있는 사업들이며 혁신책이라 할 만한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표준과원의무화’나 ‘감귤원 정비명령제’같은 경우는 그 실효성마저 의문이다.

‘폐원지에는 태양광발전시범사업’을 해서 월동채소 적정생산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가관이다. 제주도가 농지는 보전돼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는데 밭에다 태양광발전시범사업이라니?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다. 스스로 말이 안되는 말을 하고 있다.

넷째, 5월 14일 보도자료에는 없던 ‘최저가격보장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환영할만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에 대해 감귤농가가 공감할 수 있는 세부추진 계획을 제주도는 내놔야 한다.

도입전제조건으로 현재 50% 수준인 계통출하 비중을 80%까지 높이고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세부 일정이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진정으로 감귤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최저가격보장제도’를 도입하겠다면 향후 세부추진일정, 방법, 재원 등에 대해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다섯째, 가공용 감귤 보조금 지원 중단은 재검토하고 오히려 가공용 가격을 현실화 해야 한다. 도에서 비상품에 대한 가공용 감귤 수매가 보전 중단을 정책화 하면서 비상품에 지원하던 예산을 고품질 상품생산에 투입해서 감귤을 살리겠다고 한다.

비상품수매보조금이 시장격리에 실효성도 없고, 감귤농가에서 상품생산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감귤생산 농민들 어느 누구도 수확 인건비도 안 되는 비상품 감귤을 생산하고자 노력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가공용수매가가 보조금 중단으로 하향조정 되면 도외반출은 더욱 빈번하게 되고 상품가격에도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5월 1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감귤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45만7000여톤이 도외로 반출된 2013년산과 47만여톤이 도외로 반출된 2012년산은 감귤가격이 호조를 보인 반면 41만여톤이 반출된 지난해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은 무엇을 반증하는 것인가?

제주도의 주장대로 지난해 상품감귤 가격이 하락하고 감귤소득이 급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여년 전 감귤 파동 때처럼 애지중지하며 곱게 저장 보관했던 감귤을 1kg당 200원에 폐기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그 안전장치는 바로 가공용으로 처리(일부는 폐기됐지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귤가공용 수매물량 또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최근 도에서 가공용수매보전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2010년 7만8000톤 16억원, 2011년산만 10만톤을 갖 넘어 35억2000만원, 2012년산은 절반정도인 5만4000여톤인 27억1000만원, 2013년산 9만여톤에 45억5000여만원이다. 최근 5년간 감귤가공용수매가 도비 지원금액은 총누계액 201억원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최근 5년간 감귤가공용수매 보전정책이 감귤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농축액 가공업체의 최근 생산물량을 비교해보면 매년 가공원액 총생산량의 절반은 일해에서 점유하고, 나머지는 롯데칠성과 개발공사에서 양분하는 구조이다. 대체로 생과 10만톤일 때 농축액은 1만여톤, 부산물은 4만여톤 정도 생산된다.

2013년산을 예로 개발공사는 2127톤의 원액을 생산하면서 감귤 박 부산물은 1만2000톤을 배출했고, 일해는 4000톤의 원액을 생산하면서도 1만4479톤의 부산물을 배출했다.

제주도는 농축액 품질도 떨어지고 농축액 소비도 어려워 재고부담이 크다고 한다. 감귤박 부산물 처리비용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73억여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감귤박 처리설비조차 부실시공, 법적소송 등으로 1, 2공장 모두 2010년부터 가동 중단상태였다는 것은 기가막힐 노릇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비상품 처리에 수백억원의 도민혈세를 투입해도 효과가 없었고 원천적으로 비상품은 생산하지 말고 고품질 상품만 생산해야 감귤이 산다고 강조하며 감귤농가에 그 책임을 전가해서야 되겠는가?

농업의 특성상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비상품은 불가피하게 생산된다. 감귤이 적정수준 이상으로 제값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품시장으로의 비상품 유입을 차단하고 조절해야 한다. 감귤가공용 수매정책은 상품시장으로의 유입을 탄력적으로 차단하고 조절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유력한 수단이다.

▲ [제주도민일보DB]

비상품 감귤 자율폐기, 고품질감귤생산 캠페인으로 감귤이 회생될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단속과 자정노력만으로는 그 한계가 있음은 수 년간의 경험으로 증명하고 있다. 때문에 현실화된 가격으로 수매, 가공처리 할 수 있는 ‘감귤가공 산업육성’이외에 합리적인 대안은 없다.

원희룡 도정이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은 지난 대선 때 24개 사업에 7000여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정부의 ‘감귤명품화 산업육성’공약을 조속히 이행토록 요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노지과원 일조 배수환경개선에 대한 지원’과 달라지는 상품 규격을 온전히 시행할 수 있는 ‘선과시스템개선’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개발공사는 감귤가공공장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생산라인과 경영시스템을 혁신하고 청귤부터 수매, 가공하는 등 제대로 된 감귤 가공산업육성 시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 세우고 감귤생산농민들이 진심으로 박수치고 환호하며 호응할 수 있는 감귤정책 수립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현승훈 전농 제주도연맹 감귤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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