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기획 인터뷰] ③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교육의 자립 강조…“개혁이 아닌 교육본질 회복”
“대한민국 교육 개선할 시점…혼디배움학교 성과”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제주국제학교를 편향된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되고 공교육 발전을 위한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국제학교 과실송금 허용과 관련 학교의 경쟁력이 확보되면 초기 투자비용은 현행법 하에서도 전액 회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자신의 임기 내에서는 교육의 개혁이 아닌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지난 11일 <제주도민일보> 창간 5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국제학교 과실송금 문제 등 다양한 교육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석문 교육감은 교육자치 10년에 대해 “여전히 토양이 불안하다”며 재정이 안정돼야 함을 강조했다.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자평하며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총체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 교육감은 ‘귀족학교’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제주국제학교에 대해 “제주도민의 삶 속에 오랜 시간 들어왔다”면서 “제주 공교육 실정에 맞게 잘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실송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실송금과 학교 추가 유치에 서두르지 말고 학교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규모학교가 마을공동체의 근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추진하는 ‘다혼디 배움학교’가 해법임을 강조했다.

4.3교육 논란과 관련해서는 “유족들의 경험과 삶의 지혜 등을 교육적으로 활용할 기반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족 교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을 풀 해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또 제주시 서부지역 중학교 및 여고 설립에 대해서도 ‘장기과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아울러 공립형 대안학교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스럽다’며 확답을 피했다.

다음은 이석문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Q. 지방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됐습니다. 당선 된 이후 취임 준비부터 1년 동안 바쁘게 제주교육행정을 이끌어왔는데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A. “시간이 참 빨리 흐른 것 같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감사한 기억이 많습니다. 도민과 교육가족들이 믿음으로 지켜봐 주고 많은 성원을 해줘서 지난 1년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주교육이 순항할 수 있도록 올바른 여론형성과 많은 격려를 준 제주도민일보에도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Q. 취임해서 가장 주력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교육의원으로서 본 제주교육과 교육감으로서 본 제주교육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A. “기존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문화에서 배려와 협력 중심의 교육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굵직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문화의 물꼬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제도에 비해 문화를 바꾸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향점을 향해 뚜벅뚜벅 변화의 발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위치가 달라져도 제주교육에 대한 시각과 변화의 지향점은 같습니다. 오히려 도민 및 의회와 소통이나 정책논의, 결정 등의 과정에서 교육의원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교육의원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Q.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지만 전임 교육행정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주 교육행정에서 개혁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특별자치도로서 교육차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말씀해 주십시오.

A. 글쎄, 개혁이라면 좀 거창한 것 같습니다. ‘교육 본질’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봐줬으면 합니다. 교사들은 본연의 수업과 상담 등의 교육활동에 충실하고, 그 외 교직원들은 교실을 충실히 지원하고,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과 자존감을 갖고 꿈과 잠재력을 키워가는 이런 제주교육의 모습을 도민들이 바라고 있다고 봅니다. 교육 본질의 회복을 위해 저를 포함한 모든 교육가족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방향을 향해 정책과 행정을 추진할 것입니다.“
“교육 자치는 올해 1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토양이 불안합니다. 누리과정으로 대표되는 재정문제가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재정여건이 안정돼야 교육자치도 잘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Q. 지난 3월부터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 본격 시행됐습니다. 시행 3개월이 됐는데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A. “기자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긍정적 반응이 많이 들립니다. 10~30분 정도 등교시간이 늦춰진 것이지만 가정이 체감하는 여유는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자고 아침밥도 든든히 먹고 등교하게 됐다는 반응들이 많아 반갑습니다.”
“제주는 전국에서 아침 결식율이 가장 높습니다.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몸 건강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아침 결식율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건강을 도모하겠습니다. 성과를 검토하면서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공부시간의 양이 아닌 질을 관리해 학습시간의 효율성과 효용성을 높여나갈 방침입니다.”

Q. 제주도지사 배우자를 정신건강전문의로 채용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상담사와 더불어 전문의까지 두면서 정신건강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전문의들이 참 바쁩니다. 채용되자마다 쉴 새 없이 학교현장을 찾아 상담하고 치유의 힘을 드리고 있습니다. 낮과 밤이 없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 교사들도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성과라고 말하기 곤란합니다. 제주교육의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전문의들을 통해 제주교육의 생생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몸이 아픈 것은 눈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은 아이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습니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치유해야 할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제주의 미래이고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마음 아픈 아이들이 많아지면 사회의 마음 아픈 일이 많아집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정신건강 문제를 총체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채용은 그 첫 걸음입니다.”

Q.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가 계속해서 귀족학교 논란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학교를 통해 제주 교육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A. “국제학교가 제주도민 삶 속에 오랜 시간 들어와 있습니다. ‘귀족학교’ 등의 틀로 논란을 이어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제주 공교육 발전을 위해 국제학교 모델을 잘 활용하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국제학교는 교사들이 수업 등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하는 환경입니다.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보장합니다. 독서 및 토론수업이 정착돼 있습니다. 평가방식도 다양합니다. 이러한 교육환경과 과정 등을 제주 공교육 실정에 맞게 잘 적용할 필요가 있고 그 방향으로 정책과 행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국제학교가 경제자유도시 등 전국으로 확대될 움직임이 있습니다. 때문에 제주 국제학교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과실송금으로도 논란이 있습니다.

A. “이익잉여금 배당이 허용되면 학교 교육 현장에 시장원리가 적용될 것이 자명합니다. 교육투자보다는 이윤추구가 더 큰 목표가 돼 학비가 인상될 것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과실송금이 허용돼 국제학교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교육 체계에도 폐해가 될 것이고 교육의 본질과 근간을 위협할 것입니다.”
“과실송금을 추진하기보다 현재 국제학교가 안정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학교의 경쟁력이 확보되면 학교 설립 초기 투자비용은 현행법령에서도 전액 회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과실송금과 학교 추가 유치에 서두르지 말고 학교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Q. 고교체제 개편은 교육감님의 핵심 공약 중 하나입니다. 용역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고교체제 개편의 방향이 취임 당시와 지금의 생각은 변함이 없는지요? 그리고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A. “도민들과 약속인데 변화가 있으면 되나요. 고교체제 개편을 잘 완수해야 한다는 책무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고교체제 개편안은 올해 수립되겠지만 단기간에 모든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입니다. 체제 개편 완료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만들면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Q. 교육은 교육행정이나 학교만의 과제가 아닌 지역사회, 더 넘어서는 국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주지역 교육만 변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대입체제, 정부의 교육방침 등도 맞물려 있습니다. 특히 학부모들의 인식도 변화해야 대한민국 교육 전반이 바뀝니다.

A. “중요한 지적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가정이 행복하면 아이들이 행복한 것은 당연합니다. 이러한 점을 인식해 올해부터 ‘부모 아카데미-나침반 교실’을 개최했습니다. 교육과 아이들에 대한 부모님들의 인식 변화에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여서 많은 부모님들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부모님들과 소통의 폭도 넓히고 있습니다. 학교현장과 지역을 방문하면서 부모님들을 뵙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들과 제안들을 듣고 제 나름대로 해법과 지식도 드립니다. 각 부서에서도 부모님들과 만남을 적극적으로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청을 포함해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는 단연 ‘출산율’입니다. 지금대로라면 대한민국 미래가 암울해집니다. 아이 한 명의 꿈과 끼, 잠재력, 건강을 어떻게 교육이 잘 키울 것인가에 대한 시대적 과제가 있습니다. 이 같은 과제들을 현명하게 풀어내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Q. 경상남도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 ‘무상급식을 교육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교육감님의 발언에 호응이 높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의무교육의 연장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무상급식 정책의 방향에 대해 밝혀주십시오.

A.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만큼은 매년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주도와 교육청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급식비 단가를 높인 것도 그런 배경입니다. 무상급식은 아이들의 먹거리를 넘어 중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입니다. 지역사회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에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많은 정책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책무 중 하나가 친환경 무상급식의 안정적 시행입니다. 더욱 건강하고 질 높은 급식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도록 충실히 학교현장을 지원하겠습니다.”

Q. 정부의 누리과정 재정 지원 중단으로 제주도도 누리과정 재정에 빨간불입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어렵고 제주도교육청도 재정확보가 어렵다면 앞으로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A. “누리과정만 생각하면 막막한 느낌입니다. 정부가 내년도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지정,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국고(74억원) 지원과 정부보증 지방채(157억원)를 발행한다면 일단 해결됩니다. 문제는 내년 이후입니다. 국가차원의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현재 구조상으로는 예산부담이 불가합니다. 더구나 지방채 발행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초중등 교육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입니다.”“이에 대한 심각성을 지난달 29일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공유를 했습니다. 정부의 방침에 대해 교육감들은 시·도교육감의 예산편성권과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공동 결의문을 통해 누리과정 의무지출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하지 말고 중앙정부가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토록 촉구했습니다. 또한 교육재정 확대와 국가책임 무상보육 완성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요구안들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전국체전 당시 시·도교육감들과 만나서 누리과정을 의무편성하지 않겠다고 논의했습니다. 앞으로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누리과정 재정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어필할 것입니다. 전국 교육감들과 함께 정부와 논의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려 합니다.”

Q. 제주시 연동·노형 지역 등 서부지역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중학교 및 여고 신설의 필요성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습니다. 교육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해보입니다.

A. “도민들의 관심이 많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학교 하나를 새로 짓고, 옮기는 것은 그 자체로 지역사회의 큰 변화를 담보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 복안을 밝히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 제주 인구 추이변화, 도시개발계획, 학생들의 교육환경 적합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장기과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충분한 논의를 하면서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Q. 학교는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근간이 되기도 합니다. 소규모학교를 살리기 위해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행·재정적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소규모학교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고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A. “올해 시작한 ‘다혼디 배움학교’가 그 대표 모델이 될 것입니다. 다혼디 배움학교’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가르침’ 중심에서 ‘배움’중심으로의 수업 전환입니다. 다음으로 업무와 행정보다 ‘수업’과 ‘교실’을 지원하는 학교 문화로 전환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지역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경쟁과 서열이 아닌 ‘배려와 협력의 문화’가 숨 쉬는 학교로의 전환입니다.”
“작은학교는 교직원과 학생,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면서 지역에 맞는 교육과정과 전통 등을 만들어갈 때 활성화의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올해 ‘다혼디배움학교’로 초등 4교, 초. 중 통합교 1교가 신규 지정돼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선 학교현장의 목소리가 긍정적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입학을 원하는 문의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다혼디배움학교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확대 지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학교 문화의 변화가 아이들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학부모님들께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련의 성과를 토대로 작은학교가 지역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정책 지원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Q.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아이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고 교육감님 방침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성적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점을 우려합니다. 학교폭력 예방과 함께 인성교육도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만족하고 학교폭력이 없으며 성적 또한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A. “그런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모든 도민들의 염원일 것입니다. 그 염원을 이루기 위해 저를 포함한 모든 교육가족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해답은 모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문화와 평가‧수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정책의 제1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경쟁과 서열 중심의 문화는 소수 아이들의 능력만을 주목합니다. 그 외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과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각종 학교문제의 요인이 됩니다. 모든 아이들이 함께 배움의 즐거움을 갖고, 꿈과 끼를 존중받아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교실이 바뀌어야 합니다. 배움의 즐거움과 자존감이 있어야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아이들이 평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을 것입니다.”

Q. 학생들 못지않게 교사들의 행복도 중요합니다. 교사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무엇이고 행정직 교원들의 복지를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교권신장을 위한 방침도 밝혀주십시오.

A. “그동안 교육청 성과에 몰두하여 업무를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이 이뤄져 왔습니다. 이로 인해 교직원들의 업무 피로도나 스트레스, 업무 만족도 등이 저하되고 아이들과 교육 중심이 아닌, 교육청을 바라보는 문화가 존속했습니다. 업무를 덜어내고 교실을 지원하는 행정을 통해 교육청이 아닌 교육과 아이들이 중심인 교육문화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업무가 줄어들면 그 만큼 교직원들이 느끼는 만족도 역시 높아질거라 봅니다. 올해 초 단행한 본청 조직개편 역시 이 같은 방향과 맞닿아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학교계약 지원담당’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학교현장에서 부담을 느끼는 학교계약 업무를 본청이 지원하면서 업무를 덜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한 주에 하루 정도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매주 수요일 6시 정시퇴근을 골자로 한 ‘밥상머리 교육의 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수요일 오후 6시가 지나면 무조건 본청의 불을 끄고 있습니다. 초과근무를 할 때에는 교육감에게 결재를 받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교권보호를 위해서 우연한 사고로부터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보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교권보호 배상책임보험은 교원들이 학교시설이나 학교업무와 관련된 지역에서 수업이나 학생 지도 감독 등 학교업무 수행 시 발생한 우연한 사고에 대해 배상 청구가 제기된 법률상 손해를 배상해줍니다. 이를 통해 교원들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하는 제주교육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어린이날을 맞아 학생들을 만나 꿈을 들었습니다. 교육감 세대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앞으로 학생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이 사회가 어떻게 변했으면 하십니까?

A. “우리 교육은 ‘세월호’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가만히 있으라’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그 답으로 제주교육은 올해 ‘2015년 제주교육은 교실이다’라는 기치를 세웠습니다. 아이들이 대부분 일상을 살아가는 교실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고, 배움의 즐거움이 있는 교실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사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을 지시받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삶을 결정하는, ‘질문이 있는 교실’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제 임기까지 모든 역량을 발휘하려 합니다. 물론 교육청의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비전과 계획들을 도민사회와 잘 공유하면서 교육문화를 하나씩 변화시키려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 문화의 변화까지 이어졌으면 합니다.”

Q.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인권신장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문제점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A. “도교육청이 지난해 11월에 도내 30개 전체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전체 고등학생의 1/3 정도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재 1/3 정도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가장 미약한 존재입니다. 노동인권을 보호받을 기반이 취약합니다. 잘못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성인이 되어서도 잘못된 직업을 선택할 우려가 큽니다. 아르바이트 인권보호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된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에 어른들과 교육이 책무를 강하게 가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한 대책으로 도 교육청은 올해 1월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제주도지역본부와 4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노동인권을 지키기 위한 기관‧단체간 협조체제를 강화했습니다. 노동청은 최저임금 지급, 근로시간 준수, 근로계약서 체결 등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이고 양대노총은 노동인권 감수성 증진교육, 노동법교육, 특성화고 현장실습 사전교육, 상담지원 활동 등을 지원합니다. 도교육청 역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식당을 주관하는 단체인 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및 편의점 단체 등에 홍보물을 배부하여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Q. 최근 4.3평화교육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섣부르지 않았느냐’는 지적과 함께 교사들의 자격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A. “우리 세대는 60년 이상 전쟁을 겪지 않는 시대를 사는, 매우 운 좋은 세대라고 봅니다. 이는 과거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한중일이 공유하고 있는 참혹한 역사가 바탕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평화체제를 아이들에게도 잘 물려줘야 할 교육의 책무가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4.3평화인권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교육과정에서 4.3유족들이 명예교사가 되어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4.3역사와 제주어, 농경문화 등을 전달했습니다. 특히 유족들은 앞으로 길어야 활동기간이 10년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유족들의 경험과 삶의 지혜 등을 교육적으로 활용할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올해 처음 시행했는데 학교현장에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젠 평화와 화해, 인권의 문화가 우리 삶에 잘 깃들었기 때문에 4.3평화교육을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제주인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4.3정체성 교육’을 펼쳐 나가겠다.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충분한 논의와 소통을 거쳐 보완하겠습니다.”

Q. 우리 아이들은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아이들이 국제자유도시의 학생으로서, 국제화에 맞는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정책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A. “‘IN 서울’에 목매달아선 안 됩니다. 진로진학 형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남아로 확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베트남 하노이대학에 입학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입니다. 이외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에도 진출하도록 할 것입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교류를 많이 할 것입니다. 제주가 갖고 있는 위치적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국제화 시대에 걸 맞는 교육정책이 될 것입니다.

Q.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에 대해 현재 어디까지 추진됐으며 향후 추진 방향은 어떻게 잡으실 것입니까?

A.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과 관련해 지금까지 3차례 회의를 거쳤다. 대안학교를 위탁형으로 운영할지, 새로 설립할지 고민입니다. 지속적인 논의와 도민사회 의견 수렴으로 방향을 모색하겠습니다. 교육부로부터 대안학교로 인가받지 못한 시설은 정식 교육과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제도적인 해법을 만들지 못하면 지역 교육청에서도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Q. 장애학생들에 대한 교육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발달장애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자립이 힘들고 갈 곳도 없습니다.

A. “전체 특수교육 내에서 발달장애학생들을 포함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계절학교’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탐라장애인복지관과 서귀포장애인복지관에 교육을 위탁했습니다. 장애학생들의 양육부담을 해소하고, 여가시간 활용 및 특기적성 교육 강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장애 성인들의 평생학습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도청과 협의 중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Q. 일각에서는 교총과의 관계에 대해 우려가 높습니다.

A. “교총 및 전교조를 제주교육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교섭과정 뿐만 아니라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만나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총과 6월 초 본교섭을 진행해 전문 포함 31개조 32개항에 합의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학교폭력관련 전담인력 배치 ▲학교급식 개선 ▲명예퇴직 제도 개선 ▲학교운영의 자율성 보장 ▲유치원교사‧수석교사‧특수교사‧영양교사 등의 처우 개선 등입니다. 전교조 역시 협력‧동반자로서 교섭 과정 등을 통해 애로사항을 듣고, 함께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갈 사항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제주교육의 수장으로서 하실 일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교육은 물론 교사들의 교권신장, 교육행정직과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복지, 독립적 감사체제, 사교육 문제, 통학 문제 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가족과 제주사회에 부탁하는 당부의 말씀을 해주십시오.

A. “제주교육에 많은 문제들이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빠른 시간내에 문제들이 해결되길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제주교육의 근본문제들은 기존의 교육문화와 연계돼 있습니다. 문화가 바뀌면 정책과 제도가 바뀌고 일상이 바뀝니다. 그래서 제도를 서둘러 만들기보다 문화의 흐름을 바꾸는 데 전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에 비해 문화를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속도가 늦는 것 같지만 모든 제주교육 가족들이 최선을 다해 방향에 맞게 문화의 변화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의 물꼬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변화 흐름에 맞게 도민들 및 교육가족들과 소통, 공감하며 새로운 교육문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비록 속도가 더뎌보여도 믿음과 관심으로 제주교육을 지켜봐 주길 부탁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교육감님이 꿈꾸는 제주교육의 세상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교실이 ‘곶자왈’처럼 울창한 숲이었으면 합니다. 숲처럼 건강이 가득하고, 쉼이 있고, 꿈과 희망이 존중받는 교실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합니다. 100세를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실에서부터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해야 합니다. 결국 이러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과 서열의 문화가 아닌, 협력과 배려의 문화로 변화해야 합니다. 지난 1년의 성과와 과제 등을 잘 분석하여 한층 더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소통하고 협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제주교육에 많은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헌신을 다해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김병립 제주시장의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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