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의 운전사 구자원씨

▲ 구자원 씨
제주시 공영버스 8번 노선을 운전하는 구자원씨(53·이도2동)는 똑같은 길을 계속 돌아도 지루하지않다.
버스를 타는 승객들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과는 가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구씨가 버스운전을 시작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처음으로 버스의 운전대를 잡은 것은 한일여객에서였다. 당시 도내에서 운수업은 비교적 보수가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첫 월급 50여만원 정도 됐다고.

그렇게 13년 정도를 한일여객에서 근무하며 시내버스를 운전했지만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그래서 시외버스 운전을 시작했지만 1년을 넘기고 관광버스 운전으로 전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관광버스 운전은 6개월만에 그만둬야 했다. 10년 가까이 운전한 시내버스가 완전히 몸에 적응돼 다른 버스를 운전하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구씨는 제주시가 시행한 공영버스 제도로 인해 다시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구씨는 “체질적으로도 나한테는 시내버스 운전이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오랜 운전으로 시내버스 운행이 몸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힘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틀에 한번씩 일하기는 하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30분까지 일하는게 쉽지 않다고. 그러다보니 쉬는 날은 거의 집에서 잠을 자거나 저녁에 잠깐 친구들을 만나 술한잔 하는게 거의 유일한 여가라고 한다.
또 최근에는 시에서 기사 채용을 미루고 있어 본래 한달 정량인 19일을 넘겨 일하는 경우가 잦다고 토로했다.

“일일 8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틀에 한번씩 근무하다보니 경조사나 모임 등에 나가기가 힘들어요. 또 규칙적인 운동이나 취미활동도 갖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승객들에게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버스기사의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씨의 최근 같은 버스기사의 문제이기도 한 동서교통 사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저도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가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또 저도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나감했던 적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그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아무튼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서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자치단체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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