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제주지법, 사무처장 인사발령 무효소송 ‘각하’ 이유는?
“추천권은 개별·주체적 권리 아니다…추천 방식 조례에도 없어”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제주도의회 의장의 인사추천권을 놓고 벌여 온 제주도와 의회간의 법정 다툼이 원고 자격 없음으로 1라운드 막을 내렸다. 제주도의회 구성지 의장의 청구를 각하한 것으로 사실상 제주도의 승리다.

왜 이러한 판결이 나왔을까?

제주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허명욱 부장판사)는 3일 오전 9시50분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인사발령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이 사건의 소는 부적합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제주도의회 의장의 인사추천권은 개인적 권리가 아니라 지방의회 대표에게 부여된 절차적 권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장의 개인적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은 소송의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도지사의 인사처분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사무처 직원으로 발령된 공무원들일 뿐 도의회 의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장에게 부여된 절차적 권한 자체가 침해됐음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법률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규정이 없어 의장이 소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즉 지방의회 의장의 인사 추천권은 절차적으로 보장된 공법상의 권한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처분의 무효확인이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원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추천권의 의미를 떠나 행사 방법에 대해서도 규정이 없음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추천권을 어떠한 방법으로 행사할 것인지, 추천권이 행사된 경우 지방자치단체 장이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사정에 따라 추천과 다르게 임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나 해석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방의회의 장이 사무직원을 추천하는 형식이나 내용은 일률적이지 않았다”며 “지방자치법의 개정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됐음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추천권이라는 규정만 있을 뿐 내용이나 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어 추천행위의 권리를 요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월 헌법재판소는 ‘추천권의 내용과 그 행사방법 등을 조례로 명문화함으로써 추천권의 적극화, 실질화, 제도화가 가능하다’며 ‘지방의회의장의 추천권을 구제화하는 방법으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결국 조례로 추천권에 관한 사항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한 의장에게 부여된 추천권이 개별적인 사안에서 항고소송으로 그 침해 여부를 다툴 수 있는 구체화된 권리라고는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재판부는 “지방의회와 자치단체 장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것이지, 의회가 자치단체 장으로부터 공권력 행사를 받을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며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앞서 구 의장은 원 지사가 지난 1월15일 자로 단행한 ‘2015년도 상반기 4급이상 인사발령’ 중 오승익 지방부이사관, 고경실 지방이사관의 인사발령을 무효로 해야 한다며 지난 1월28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방자치법 제91조 제2항에 따르면 ‘지방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 의장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장의 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도가 도의회 의장의 추천 없이 인사를 단행해 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 과정에서 도와 의회는 ‘원고 적격 여부’와 지방자치법상 ‘추천권의 의미’ 등을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을 지켜본 허 재판장은 “이런 문제를 대화로 풀지 않고 소송으로 끌고 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의장과 지사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보여진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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