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심포지엄 열려…고충석 “지역주민 삶 보장방안 미흡”
정광중 “보전방안 도민합의로”…세계 홍보 필요성도 제기

▲ 청수곶자왈 전경.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곶자왈 활용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자연보호’라는 관점을 ‘사람중심’으로 바꿔 ‘마을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곶자왈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욱이 곶자왈의 파괴는 도민 삶에 직결되기 때문에 도민이 직접 지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26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곶자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이 김우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과 국립산림과학원 주최로 열렸다.

# 곶자왈 활용방안, ‘자연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국가가 곶자왈 매입해야

이날 ‘곶자왈의 삶과 문화의 변화’라는 기조연설을 한 고충석 제주국제대 총장은 제주의 허파라는 곶자왈 숲과 사람이 공존해야 한다며 자연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총장은 “곶자왈 보전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은 잘 연구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단편적으로 곶자왈의 이용방안이 다뤄져 있다”며 “거의 곶자왈의 원형보전에 집중돼 있다. 관련 법률도 마찬가지다. 곶자왈의 지속가능한 보전에 필요한 것은 곶자왈과 연계된 지역주민의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에 따른 역사성·문화성·향토성과 연계한 특화된 6차 산업을 집중 육성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곶자왈 지역들의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마을활성화를 통해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마을과 자원의 연계를 협력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곶자왈 보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최형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는 곶자왈의 보전을 위해 법률체계를 보완해야 하고 보전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가 나서 곶자왈 국공유화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박사는 “법체계나 제도적으로 보호조치를 취하더라도 상충되는 요소가 있으면 안 된다”며 “생태계 등급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체 곶자왈의 60%가 사유지이며 이 가운데 21%는 이미 훼손됐다”면서 “곶자왈의 일부는 산림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명분과 실리, 토지소유주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곶자왈의 핵심 보전구역 지정 범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곶자왈 보전을 위해 산림청이 나서 생태·경관·사회적 가치가 높은 사유지 곶자왈을 매입해야 한다”며 “이는 곶자왈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물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선흘곶자왈 전경.
# 최적의 보전 방안, 제주도민들의 합의로 결정

정광중 제주대 교수는 ‘곶자왈의 인문사회자원의 현황과 보전을 위한 제언’이란 발표를 통해 곶자왈의 파괴는 제주도민들의 삶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주도민들이 직접 나서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곶자왈은 누가 지켜주지 않는다. 바로 당연히 제주도민들이 지켜야 할 몫”이라며 “곶자왈을 지키는 것은 때가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라는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곶자왈을 구성하는 자연요소와 인문(문화)요소는 곶자왈을 빛나게 하는 자연자원이자 인문자원”이라며 “이들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곶자왈은 빈껍데기밖에 남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 곶자왈을 보전하는 방안은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혹은 생물권보전지역 등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곶자왈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제로 미래 세대를 위한 최적의 보전 방안이 무엇인지를 제주도민들의 합의로 결정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제주고사리삼.
# 조상의 지혜가 있는 곶자왈 전 세계적으로 알려야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는 ‘곶자왈의 사회생태적 특성과 미래가치’란 주제발표를 통해 곶자왈은 힘듦을 이겨낸 난대‧아열대 지역의 회복탄력성 사례지라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기후변화 등 재난을 이겨 낼 조상들의 지혜가 살아 숨 쉬는 곳이므로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송관필 제주환경자원연구소 박사는 ‘곶자왈의 산림식생의 기원과 발달’이란 주제발표에서 곶자왈의 기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한라산의 식생은 전체적으로 화산식생에 포함되는 것으로 화산폭발의 시기와 해발 등에 의해 식생과 발달이 결정된다”면서 “따라서 곶자왈 식생은 훼손이 없었다면 상록활엽수림이 우거진 숲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어 “곶자왈 중 현재 낙엽활엽수림인 지역에 대해서는 상록활엽수림내에 독특한 식생으로서 젊은 숲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곶자왈에 서식중인 팔색조.
#생물의 보고 곶자왈 연구 국가가 주도로

곶자왈에 살고 있는 양서파충류를 보전하기 위한 방안은 곶자왈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당위론적인 주장도 제시됐다.

고영민 박사(제주여고)는 “양서파충류 서식지는 농지·건축·도로·공원 등 매립과 하천과 연못 정비, 농약, 쓰레기 오염으로 파괴되고 있다”며 “이런 곶자왈은 종다양성의 보고이며 제주만의 유산이 담긴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 또한 후손들을 위해서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곶자왈을 지키는 것이 곧 양서파충류를 보전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곶자왈에 서식하고 있는 양서파충류 외에도 균류(버섯)을 보전하는 방안도 나왔다.

고평열 자원생물연구센터 박사는 국자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생물 자원 주권확보 등 국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제주는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만큼 우수한 자연환경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생버섯의 분포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자생균류의 종 다양성 확보 및 유전자원을 발굴해 국가적 차원에서 자료화하고 다양한 산업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 김태윤 제주발전연구원 박사,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강문규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소장, 김효철 곶자왈사람들 대표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 상록활엽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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