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관여 질문에 "개입한 적 없다"

【서울=뉴시스】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동화(64) 전(前)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23일 기각됐다.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포스코건설에 대한 횡령과 입찰방해 부분에 대한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나머지 배임수재 부분과 관련된 범죄 성립 여부나 그 범위에 대한 사실적, 법률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시께 검찰청사를 빠져나온 정 전 부회장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느냐"는 질문에 "예, 저는 비자금 개입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거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그건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정 전 부회장은 이 외의 질문엔 모두 "죄송하다", "저는 할 말이 없다"는 대답만 반복하며 한동안 검찰청사 주변을 헤매다 택시를 잡아타고 귀가했다.

포스코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앞서 정 전 부회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 입찰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부회장은 하도급 업체로부터 이른바 '영업비' 받기, 외국 공사 현장에서 비자금 조성하기, 현장 소장에게 지급되는 현장활동비 돌려받기 등 3가지 방식으로 1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포스코건설 하도급 업체 10여곳에서 영업비 명목으로 최소 50억원 이상의 돈을 걷어 이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외국 공사 현장에서 조성한 비자금 100억여원 중 40여억원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정 전 부회장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부회장은 컨설팅업체 IBEL사의 장상흥 대표(64·구속기소)에게 브로커 역할을 맡기고 공사 현장 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이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 수뇌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포스코 2인자'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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