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가격부진…지난 5년 평균대비 1만원 낮은 값에 거래
당근 수입산·국내산 가격 차이 없어

▲ 당근 값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가뜩이나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입산 당근과 국내산 가격차이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제주도민일보DB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당근 값이 지난해부터 가격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생산량 증가라는 원인도 있지만, 당근 수확기 많은 비가 내려 품질이 저하되는가 하면 수입물량이 시장에 방출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제주도와 농협 등에 따르면 당근은 지난주 전국 공영도매시장에서 20kg 한 상자에 평균 1만9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작년 2만6000원보다 7000원 낮은 값이며, 지난 5년 평균 3만1000원보다 1만2000원 낮은 값이다.

이 같이 당근 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생산량 증가라는 원인도 있지만 당근 수확기에 비가 많이 내려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산 당근과 국내산이 가격차이가 나지 않아 수입당근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도 친환경농정과 측에 따르면 “당근 수확기에 비가 많이 내려 품질이 떨어져 소비가 잘 안 되고 있다”며 “게다가 수입당근 가격도 떨어져 10kg기준 8000~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당분간 국내산 당근 값은 현재 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농민들은 가격 하락과 소비부진, 이에 더해 수입당근의 국내시장 잠식 등으로 어려움을 더해가고 있다. 현재 농가 및 상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당근 물량은 약 5000톤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구좌읍 김녕리에서 당근 농사를 짓는 김만호 씨(50)는 “당근 값이 전체적으로 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당근 산지폐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경기악화로 소비가 부진해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구좌읍 평대리에서 당근농사를 짓는 부석희 씨(49)도 “당근 농사를 지어봐야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데 어찌해야 하나...”라며 “당근 생산비는 1평 기준 7,280원이다. 이를 환산하면 적어도 당근 20kg 한 상자를 팔아 2만5000원은 받아야 손해는 안 본다”고 토로했다.

고성효 전농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아무리 국내산과 수입산 당근의 주 소비처가 가정용과 식당용으로 다르다 하더라도 국내산, 수입산 당근 값이 비슷하거나 같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농민들은 생산비도 벌지 못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시장이 국내산 농산물 가격을 보호하기는커녕 수입산 농산물 값을 보장하는 이상한 행태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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