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전농 농민들, 학교급식 중단된 진주시 학생 위해 농산물 공급
품목 더욱 확대…“애들이 굶는다는데…먹는 걸로 장난치면 벌 받아”

▲ [제주도민일보]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일 지수초등학교 공터에 조리기구를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급식할 닭죽을 끓이고 있다. / 사진제공=소희주씨 제공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지역 농민들이 학교급식이 중단된 경남지역 학생들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부쳤다. 아이들을 굶길 수 없다는 단 하나의 이유에서다. 학생들의 먹는 문제는 지역이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바다를 건너 제주 농민의 관심과 사랑이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제주도연맹(의장 김성용) 소속 최근 농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경남 진주시 지수면 학생들을 위해 보내고 있다. 농민들은 앞으로 무상급식이 정상화 될 때까지 농산물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는 지역을 막론하고 '아이들을 굶길 수 없다'는 이유 단 하나 때문이다.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한 이후 경남 진주시 지수면 지역 학교 학생들의 급식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에 제주 농민들은 제주산 농산물을 지수면 지역 학교급식 식재료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공급해 아이들이 안전한 점심을 먹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농민들이 현재 보내고 있는 농산물은 무, 브로콜리다. 하지만 농민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품목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농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한라봉, 양배추를 비롯 앞으로 생산될 양파, 마늘 등 제주에서 생산될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번 농산물 공급을 적극 주도하고 있는 고권섭 전농 제주도연맹 부의장은 “홍준표 지사가 아이들이 먹는 점심값이 아까워서 무상급식 예산을 깎았다"며 "얼마나 한심스럽고 부끄럽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남지역 전체에 제주산 농산물을 보내주지 못해 아쉽다”고 못내 안타까워 했다.

제주시 한림읍 강구리에서 농사를 짓는 김창준씨는 “말도 안 되게 어린이들의 먹는 걸로 홍준표 지사가 장난을 쳤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학교급식 때문에 물러났듯이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면 벌 받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씨는 “어린이들이 점심을 굶게 생겼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며 “지역을 떠나 뭐라도 도와야했다”며 농민들의 마음을 전했다.

▲ [제주도민일보]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일 지수초등학교 공터에 조리기구를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급식할 닭죽을 끓이고 있다. / 사진=소희주씨 제공
제주지역 농민들의 이번 농산물 지원에 대해 진주지역 학부모들은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김필복 경남 진주시농민회 사묵국장은 “막상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준비하려고 보니까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며 “멀리 제주도 농민들이 이렇게 도와주니 기쁠 수밖에 없다”고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내주신 농산물은 잘 받아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유용하게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1일 학교건물 공터에 조리시설을 설치하고 닭죽을 끓여 학생들에게 급식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는 뜻에서 직접 닭죽을 끓여 유치원생을 포함한 지수초와 인근 중학교 학생 70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현재 지수면 관내 학부모들은 여전히 솥을 걸고 급식을 위한 조리를 하고 있다. 게다가 기금을 조성해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게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금사용과 별개로 제주지역 농민들이 보낸 농산물은 진주지역 학교급식 식재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학부모 소희주씨는 “학부모회의에서 유상급식에 대해 어떤 방법이든 항의 표시를 하자고 결의했다”면서 “돈을 내고 먹거나 내지 않고 먹는 학생들 간에 위화감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제주도민일보]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일 지수초등학교 공터에 조리기구를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급식할 닭죽을 끓이고 있다. / 사진=소희주씨 제공

▲ [제주도민일보]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일 지수초등학교 공터에 조리기구를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급식할 닭죽을 끓였다. 지수초등학교의 한 학부모가 조리에 필요한 기구를 나르고 있다. / 사진=소희주씨 제공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