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천 시 흙탕물 ‘콸콸’ 유입…바다와 만나는 지점엔 모래 띠
수원지와 청정생태 위협…제주시 “원인 파악 못해, 비 그치면 조사”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흙탕물로 뒤덮힌 월대천.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시 월대천(외도천) 일대가 비만 내리면 흙탕물로 변하고 있다. 게다가 흙들이 바닷가 선착장 인근에 모래 띠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시는 이런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 관리가 소홀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월대천은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다.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맑은 물가에서 놀던 곳으로 불릴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곳은 250년이 넘은 소나무를 비롯한 많은 팽나무와 소나무가 하천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은어, 숭어, 뱀장어 등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특히 월대천 인근에서는 풍부한 용출량을 자랑, 수원지로 활용되고 있다.

▲ [네이버 위성 사진]흙탕물은 월대교에서 시작해 외도 선착장까지 흘러 선착장 인근에는 모래 띠가 형성돼 있다.
이렇듯 수려한 풍광과 깨끗한 환경에 제주시는 지난해 9월 주민참여예산 2억 원을 들여 ‘외도물길 20리’ 탐방코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외도물길 20리 코스는 월대천, 알작지, 내도 청보리밭, 도근천, 내도교, 월대천공원, 외도생태공원, 납세 미물, 절물분수공원, 연대 마이못 등을 이어 총 8㎞ 구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풍광과 깨끗한 환경이 비만 오면 멍들어가고 있다.

비만 오면 우수관 2곳을 통해 흙탕물이 유입되고 이 흙탕물들이 하천을 따라 바다로 고스란히 흘러가고 있다.

비가 내리는 6일에도 우수관에서 흙탕물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흙탕물을 따라 바닷가로 가보니 바다와 만나는 외도 선착장 인근에 모래 띠까지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담당하는 제주시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흙탕물이 흘러나오는 우수관.
제주시는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현장 확인과 원인 파악에 나섰다. 파악이 안 되다보니 언제부터 흙탕물이 유입됐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천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 오모(62)씨는 “최근 들어 비만 오면 월대천이 흙탕물로 변하고 있다”며 “인근 공사장에서 흘러 들어온 것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비가 그치면 흙탕물이 빠지기는 하지만 부유물이 가라않아 월대천 바닥이 흙으로 덮여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원인을 찾아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인근을 지나던 제주시민 오모(48)씨는 “이곳은 은어 등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어종들이 사는 곳인데 이렇게 흙탕물이 흐르면 생태계에 큰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제주시 관계자는 “현장 확인과 함께 인근 공사장 등을 확인 해봤지만 정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흙탕물이 흘러나오는 관은 우수관이라 비가 내리는 지금은 원인을 찾기가 힘들다”면서 “비가 그치면 추적해서 원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