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문 대표, 3일 오후 지사 집무실서 회동…제주현안 대화
원 “여의도 정치 개혁·평정하라”…문 “제주 현안 초당적 지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사진 가운데)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가 3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회동을 갖고 상생과 협력을 주제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새누리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만났다. 당적이 서로 다른 원 지사와 문 대표는 상생과 화합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3일 오후 2시 50분. 원 지사가 문 대표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다. 3시 정각. 문 대표가 모습을 나타내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작은 방을 채웠다. 카메라 플래쉬가 쉼 없이 터졌다. 원 지사와 문 대표의 만남은 20분만 공개됐다.

원희룡 지사가 먼저 문재인 대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벽 쪽을 향해 손을 가리키며 “현수막은 달지 못하고 모니터에 글을 띄웠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모니터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님, 제주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윽고 원 지사는 “잘 오셨다. 오늘은 제주도의 가장 큰 제삿날이다. 제주에서는 같이 식개 먹는 사람이 괸당이라고 말한다”며 문 대표의 제주 방문을 환영했다. 이에 문 대표는 “영광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문 대표는 이어 “여의도 정치를 하면서 국민들 생활속으로 들어가자며 활동하고 있다. 우리당(새정치민주연합)소속 지자체 장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더러 우리당 소속 단체장이 아닌 곳에 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한다. 제주도를 (대표께서)많이 배려해주시고, 사모님도 (제주도에)잘 오시는 걸로 안다”고 웃음 지었다.

문 대표는 이에 “참여정부 때 좀 와서 집도 물색했는데 아무래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고 제주에 대한 관심을 표하자 원 지사는 “민생을 생각하는 답답한 마음을 잘 취합하고 충전해서, 여의도 정치를 개혁하고 통합하고 평정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일 오후 제주도청 지사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일정 중에 포함된 용암해수산업단지 방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문 대표는 “용암해수산업단지를 가 보니까 특별자치도에 걸맞게 자치권한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물류비용 등 섬이라는 한계에 따른 애로가 있었다”고 제주 현안에 관심을 보였다.

원 지사는 이에 “환경을 지켜야 하는데 토지, 개발지구에 대한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제주의 정체성이랄까, 주민들이 바라는, 주민들 삶의 이익과 행복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걱정이 많다”고 본인의 도정 운영 고민에 대해 설명했다.

원 지사는 이어 “토지, 바람, 물(지하담수, 용암해수) 등 제주가 갖고 있는 공유자원이 많다”며 “특히 전기자동차를 통해 탄소 없는 섬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 아시아의 보석으로 만들려고 한다. 초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일 제주도청 지사 집무실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에 “초당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제가)대선 때 공약했던 생태적인 것 등은 초당적으로 도움이 가능하다”며 “전기자동차를 (제주도에)적극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결국 제주도가 전기자동차의 메카로 만들어질 것인데 이에 따른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다. 국가적, 초당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심을 표했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강창일(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 위원장은 “4·3항쟁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유해발굴 및 유적보전에 관한 예산이 전혀 없다”며 초당적인 협력을 주문했다.

문 대표는 이에 “참여정부 시절에 국가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국가를 대표해서 공식사과 했다. 역사적인 평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4·3항쟁을)좌익폭력으로 폄하하고 있다. 또 희생자를 재심의해야 한다고 한다. 모처럼 화해와 상생 무드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에 “희생자는 국가기관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국가가 결정한 희생자에 경건하게 추모하고 화합하는 기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추모와 화합의 정신을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또 “어려운 시기에 야당 대표를 맡았다. 정치권 모두가 국민들의 걱정이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며 “4·3문제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급식의 문제든 가급적 국민을 끌어안고 통합의 방향 속에서 정리해야 한다. 대표님도 이런 방향에서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표는 이에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상생과 통합이다. 지사님께서는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취임 당시 협치를 말씀 하셨으니 잘 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원 지사는 “국민참여, 거버넌스는 참여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협치는 지금 제주에 맞는 수평적인 거버넌스 모델”이라며 “어려움이 있다고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렵긴 하지만 많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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