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합계출산율 전국 2위는 출산친화적 분위기 때문 '자화자찬'
보육여성, “수당 몇푼은 ‘껌값’”…여성단체, “사회구조부터 바꿔야”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지난해 제주도의 합계출산율이 1.48명으로 집계됐다. 전남 1.50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가 벌이고 있는 출산장려정책은 일회성, 선심성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도가 출산, 육아정책을 돈 몇푼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통계 잠정치’결과를 인용 발표하면서 합계출산율이 전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출생아 수는 5만5000명으로 2013년 대비 200명 정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의 합계출산율이 타 지자체에 비해 높은 이유에 대해 “아이낳기 좋은 제주, 도민이 체감하는 출산장려 정책 등 어느 한 시책보다는 여러 시책들이 합쳐져 출산 친화적인 환경분위기 조성이 한몫 한 것”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그런데 제주도가 지원하고 있는 정책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도의 지원 정책이 1회성에 그치거나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제주도의 높은 출산율은 사회문화적인 요인이 강해서이지 정책적 뒷받침은 아주 미약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가 자체 예산으로 벌이고 있는 정책가운데 ‘둘째아 이상 출생한 가정에 1년간 매달 5만원의 양육수당’은 턱없이 부족하다. 출산장려금(첫째아 10만원, 둘째아 20만원, 셋째아 60만원, 넷째아 120만원) 지원, 출산여성 산후조리 한약지원 등은 1회성이다. 

제주시 노형동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모(43·여)씨는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노동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모르는 사람이 만든 정책 아니냐”며 “하루에도 수차례 아이들 옷 빨래를 돌려야 한다. 목욕도 시켜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많은 세탁과 목욕을 시켜야하는게 사실인데 출산수당 몇푼과 양육수단 5만원은 아이를 키우는데 ‘껌값’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제주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정책적 배려와 지원 때문이 아니"라며 "사회·문화적인 측면이 강하다. 주변에 세자녀 이상을 둔 부모들이 많은 것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육, 육아정책은 돈 몇푼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제주여성인권연대 관계자는 제주도가 지원하고 있는 출산장려금과 양육수당 등에 대해 “물론 아주 조금 도움이 되긴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돈 몇푼 쥐어 준다고 출산율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제주도의 발표는 아주 근시안적이고 천박하며 행정중심적인 발상”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그는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나면 자기가 하던 사회, 경제적 관계망을 모두 포기하고 육아에만 올인해야 한다. 이 문제는 여성들의 사회, 경제활동 참여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육아를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발상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사회구조적인 문제 개선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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