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 학원 등 통학차량 신고 의무 없어…안전규제 일변 ‘허점’ 발생
태권도 적용, 합기도·검도 제외 ‘형평성 논란’…“현장 목소리 들어야”

▲ 어린이 안전차량 신고를 하지 않은 학원차량.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어린이 안전 강화를 위해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와 운전자 안전교육 이수가 의무화 됐다. 하지만 합기도 등 일부 체육 학원의 경우 관련 제도 미비로 인해 이 같은 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체육 학원을 오가는 어린이들의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체육 학원들 간에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태우는 9인승 이상 ‘어린이 통학차량’은 노란색 도색·경광등·어린이용 안전띠·발판·후방카메라 등 안전장치나 구조를 갖춰 오는 7월29일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의무가 있는 교육시설은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초등학교 및 특수학교,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학원,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체육시설 등이다.

그러나 태권도를 제외한 합기도·검도·국선도 등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시설 및 교습소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상 체육시설로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합기도협회 관계자는 “합기도는 대한체육회에 가입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법률상 신고 의무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법 개정 당시 우리도 ‘도색을 해야하나’ 헷갈려서 알아봤더니 전혀 해당사항이 없더라”고 설명했다.

학원생 중 13세 미만 어린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의무나 운전자 안전교육 이수 의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 역시 “신고 의무가 없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어린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를 감안해 자율적으로 어린이 통학버스를 신고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학원들이 등록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고 의무도 없는 학원이 일부러 안전장치를 갖출리는 만무해 보인다.

통학차량 안전사고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주먹구구식으로 안전규제만 높이다보니 결국 이같은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합기도학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고모씨는 “학부모들은 다른 학원들과 같은 규정이 적용되리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느냐”며 “합기도 학원만 적용되지 않는다니 실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씨는 이어 “도복끈이 있어서 차량문을 여닫을 때 위험하니까 더 엄격하게 규정이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저런 학원 종류에 따라 구별해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타는 차량이면 모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린이 안전차량 구조를 갖춰 아이들을 승차시키고 있는 통학차량.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통학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제주태권도연합회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했다. 

그는 “합기도 학원이나 검도학원이 통학차량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닌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탁상에서만 안전대책을 강구하다보니 허점이 생긴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신고를 하고 누가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며 “명심해야 할 것은 안전장치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를 도색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크게 없을 것”이라며 “영세학원에 경제적 부담을 줘서 차량을 바꾸기 보다는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안전교육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자 탑승의무 강화’ 조항에 대해서도 “동승자 인력을 구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담 뿐만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라며 “결국 차량운행을 위해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 와서 학부모들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제주도지회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입장에 동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차의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운전습관과 안전에 대한 불감증을 없애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안전장치 신고 의무보다 안전교육 의무에 더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어 “도색을 하고 안전장치까지 갖춘 통학버스인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죽은 경우도 있지 않느냐”며 제도가 아무리 그럴싸해도 운전자의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무의하다는 지적을 가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를 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안전교육을 미이수할 경우에는 고작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이에 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아무런 조치나 지원도 없이 무조건 날짜만 정해주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개정법을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을 두고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어린이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중앙 한국학원총연합회와 대한태권도협회 등이 조만간 뜻을 모아 법 적용에 따른 혼란과 문제점을 국회 등에 알릴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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