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법원 판결에 도내 26개 유원지 개발사업 전면 중단 위기
신화역사·헬스케어·무수천·송악산 등 향후 법정 소송서 패소 불가피
행정당국, 대책 마련에 ‘부심’…반대 시민단체도 대응 방안 등 준비

▲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국토계획법에 정한 기반 시설인 ‘유원지’는 광장, 공원, 녹지 등과 함께 공간시설 중 하나로서 ‘주로 주민의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치하는 오락과 휴양을 위한 시설’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이 지난 20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등에 대한 청구 소송의 선고 내용 중 한 대목이다.

유원지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으로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유원지가 아니라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제주도내 추진되고 있는 유원지 개발에 대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투자에 의한 유원지 개발은 자칫 중단해야 될 상황에 처해 있다.

대법원 판결이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뉴오션타운(송악산)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내 유원지는 모두 26개소다. 면적으로는 1785만9022㎡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7개소에 327만4841㎡, 서귀포시 19개소에 1458만4181㎡다.

유원지로 지정돼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착수예정인 곳은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다.

산천단유원지, 무수천유원지, 이호유원지, 성산포해양공원,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테디밸리,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롯데리조트, 송악산유원지 등.

문제는 이들 유원지가 모두 대규모 투자에 의한 관광개발사업이라는 것이다. 공익성과는 다른 관광개발을 통한 사업자의 수익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대해 “국내외 관광객, 특히 고소득 노년층을 유치해 중장기 체재하도록 함으로써 관광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며 “국토계획법에 정한 기반시설인 ‘유원지’와는 그 개념과 목적이 다르다”고 판시했다.

특히 “서귀포시장은 국토계획법령 규정의 문언 상 유원지의 의미가 분명함에도 합리적인 근거 없이 처분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가처분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인가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공성을 갖지 않고 관광사업 시설을 목적으로 한 유원지 지정은 ‘당연 무효’라는 것이다.

▲ 신화역사공원
대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앞서 나열한 이들 유원지가 모두 지정이 잘못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예래휴양형주거단지와 유사한 소송이나, 유원지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에는 패소는 불 보 듯 뻔한 일이 됐다.

특히 대법원의 판단이 지난 2011년 1월 항소심의 판결 이후 4년 만에 이뤄진 점에서 재판부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법관 4명의 일치된 의견이다. 그만큼 그 파급력은 높다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인해 유사 소송이 제기될 경우 문제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하고 있다.

▲ 무수천 유원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귀포시는 대책 마련이 부심하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유원지 지정을 취소할 경우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공사 중단을 하는 것도 행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난감해 하고 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도내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 방식을 통한 유원지 개발이었다”며 “그런데 대법원 판결로 유원지 목적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개발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며서 “앞으로 국토부가 법률개정을 하지 않는 이상 향후 법적 다툼의 소지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제주도와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국토부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 이호유원지
그 동안 대규모 투자에 의한 관광사업 개발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들고 일어설 태세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안현준 사무처장은 “변호사 자문 결과 대법관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내놓은 판결일 것으로 분석했다”면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향후 다른 유원지에 대한 개발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사무처장은 특히 “만약 현재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농후 하다”고 말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유원지 개발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원고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단체들의 대응 방법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예래동 주민과 시민단체, 정당 등는 오는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입장과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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