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라수목원 인근 커피숍, 수목원 주차장 이용 영업 ‘톡톡’
도정 특혜시비 차단 정책, ‘하나마나’…애꿎은 시민에 ‘부담 전가’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도가 한라수목원 인근의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특혜 때문에 한라수목원을 찾는 탐방객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가 이러한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취한 방침도 ‘하나마나’여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공영주차장 운영 정책인지 아리송하게 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라수목원 주차장 동측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이 지난달부터 들어서 영업을 하고 있다. 이 땅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이 들어설 수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행정이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한라수목원 동쪽에 들어선 대기업 커피 전문점과 편의점. 손님 대부분이 수목원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해 한라수목원을 찾은 탐방객은 모두 171만947명이다. 이들 탐방객들이 타고 온 차량만 해도 무려 19만6704대다. 이중 승용차가 15만2325대, 버스가 4만4379대에 이른다. 이를 하루 평균으로 분석하면 4687명이 수목원을 탐방하고 542대의 차량이 주차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무료 관광지인 점을 들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차량도 물론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라수목원 주차장의 주차 가능대수는 대형 15대, 소형 153대 등 모두 168대다. 이미 포화 상태에 봉착한 상황이다. 게다가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날에는 한라수목원 진입로의 한 개 차선이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다.

▲ [네이버 거리뷰] 2013년 4월 개발되기 전 한라수목원 동측
문제는 한라수목원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 주차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면서 주차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전문점의 대부분의 손님들이 한라수목원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커피전문점의 주차장은 거의 텅 비어있다.

당초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기 전 이 곳에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작은 창고도 있었다.

그런데 이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울타리와 작은 창고는 온데간데없고 주차장이 마치 이들 영업장의 부설주차장인냥 돼 있다. 단지 커피전문점과 주차장 사이에는 화단으로 가로막아 분리돼 있을 뿐이다. 차량만 오가지 못할 뿐 사람들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커피전문점 건물 아래 만들어진 주차장.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커피전문점 건물 아래 만들어진 주차장.
물론 이 커피전문점이 수목원의 주차장에 의존을 해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주차장을 건물 아래 큰 규모로 설치해뒀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의 손님은 만원이지만 커피전문점의 주차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손님들이 타고 온 차량은 대부분 한라수목원 주차장에 세웠음을 짐작하게 할 수 있다.

커피전문점 측은 주차장 진입로를 기존 임로인 연화남길에 연결해 놓았다. 그러나 이 도로는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고 도로 입구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기도 어렵다. 게다가 대로변까지는 약 1km는 나가야한다.

때문에 대부분 손님들은 커피전문점을 이용하기 위해 한라수목원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수목원을 탐방하러온 탐방객들은 주차를 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커피전문점은 주차장을 이용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도가 이 커피전문점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커피전문점 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로변에서 약 1km 가량을 이동해야한다.
자주 한라수목원을 방문한다는 인근 주민 송모(48·노형)씨는 “평소에는 차량을 세울 곳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차량을 세울 곳이 없어 그냥 나가버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며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공공의 주차장을 영업에 이용한다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민원이 제기되자 도는 최근 커피전문점과 수목원과의 경계선 마련을 위해 높이 1.2m 의 나무 펜스를 설치키로 했다. 그러나 펜스 가장자리 부근 약 4m 정도의 통로를 만들고 있다. 게다가 오는 10월1일부터 주차장을 유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주도 관계자는 “10월1일부터 주차장이 유료화로 바뀌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며 “펜스 설치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지만 탐방객의 자유로운 한라수목원 출입을 위해 펜스를 완전히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한라수목원 주차장은 많은 탐방객들로 인해 늘 만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은 아무런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무 펜스는 디스플레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애꿎은 탐방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주차장 유료화는 6개월이나 지난 뒤에 시행돼 주차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라수목원을 자주 찾는다는 주민 고모(34.여)씨는 “기업이 공공의 주차장을 이용해 득을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커피전문점 손님들의 장시간 주차로 인해 주차요금을 받는다고 해도 공공주차장의 주차요금이 저렴해 기업이 주차요금을 대주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도정의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민들의 쉼터가 정작 기업의 이익을 위한 영업장이 되는데도 행정이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애꿎은 시민들에게만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행정은 기업의 이익을 지켜주는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한편,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점주들은 제주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한라수목원 주차장을 가로질러 커피전문점 아래 주차장까지 손님들의 차량을 유도해 주차하면 된다. 그러면 주차난이 자연스레 해소되고 탐방객 불편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제주도는 이곳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펜스까지 쳐서 막고 있다”며 “진정 도민을 위한 행정인가 의문이 든다”고 성토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