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주년 3.1절, 독립운동 제주선열 기리기 위한 ‘만세대행진’ 펼쳐져
기관장, 학생, 지역주민 등 3000여명, 1시간여 동안 그날의 함성 재현

▲ 제96주년 3.1절을 맞아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에서 기관장, 학생, 지역주민 3000여명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그날의 함성을 재현하는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1919년 3월 제주 조천에서 울려퍼진 함성이 96년이 흐른 2015년 3월1일 또 다시 재현됐다. 매서운 바람도 3000여명의 거센 함성을 막지 못했다.

1일 오전 7시40분 기미년 조천만세운동의 진원지인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미밋동산)에서 서제와 쌍벽봉수제가 봉행되자 오전 8시 시민 3000여명이 일제히 태극기를 들고 ‘만세대행진’을 시작했다.

올해로 23번째 진행되는 ‘만세대행진’은 조천청년회의소(회장 김규식)가 지난 1993년부터 주관한 것으로, 제주선열 23인이 자주독립을 외치는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자긍심과 조국애를 후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한대섭 광복회 제주지부장 등 주요인사를 비롯한 독립유공자 및 유족, 시민, 학생 등 3000여명이 대거 참가해 뜻을 함께했다.

만세동산을 사이에 두고 동쪽(함덕초)과 서쪽(신촌초)에서 출발한 시민과 학생들은 독립운동 당시의 의상으로 분장해 각각 2km 구간에서 태극기 물결을 펼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 3월1일 오전 8시 신천초등학교에서 만세동산으로 향하는 만세대행진 행렬. 

▲ 독립운동 당시의 의상을 입고 만세동산으로 향하고 있는 주민들과 학생들.
집집마다 내걸린 태극기를 지나 만세동산에 도착한 이들은 기미년 만세운동을 퍼포먼스와 함께 ‘대학독립 만세’ 삼창을 하며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이 자리에서 기념사에 나선 원 지사는 “이 자리에 서니 96년 전 일제의 총칼 앞에 맞서서 맨손으로 만세를 부르던 조상님들의 마음과 각오가 어떠했을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며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자연과 문화, 제주인의 주체성을 지켜서 후손들에게 잘 물려줘야한다”며 “과거로부터 변방에 소외되고 억눌린 역사에서 이제는 전세계를 향한 번영의 중심이 되고, 문화 창조의 중심이 되는 자랑스러운 제주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 원희룡 지사를 비롯한 기관장들과 지역주민,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유나(조천중3) 학생은 “과거 독립 열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는 기회였다”며 “교과서에서 앉아서 배우는 것보다 직접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걷고 소리지르고 하니까 더 느끼는 게 많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주 조천의 만세운동의 역사는 1919년 3월21일로 거슬로 올라간다.

민족 수탈에 대한 인내와 독립에의 열망이 극에 달한 1919년. 서울에서 시작된 독립운동(3월1일)의 기운이 20일 뒤 제주에 도달했다.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조천지역을 중심으로 함덕과 신흥·신촌 등지에서 거대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발단은 그랬다. 조천 출신이었던 김장환이 독립선언서를 몰래 숨기고 귀향해 서울의 시위 소식을 알렸다. 마침 조천의 유림 세력들이 전국의 독립운동 소식을 접하고 움직임을 모색하던 때였다.

김장환·김시범·김시은 등이 17일쯤 조천리 미밋동산에서 거사 결행을 다짐하고 19일까지 11명의 동지를 모았다. 거사일은 김시우의 기일인 21일로 정했다. 이들은 시위를 위해 대형 태극기 4장과 소형 태극기 300여장을 제작했다.

21일, 날이 밝자 미밋동산에 태극기를 꽂은 김시범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김장환의 선창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이들은 조천 비석거리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제주성 내를 향했지만 신촌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김시범·김시은·김장환 등 13명이 연행된다.

이튿날, 조천장터에서는 전날 연행된 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2차 만세시위가 벌어졌다. 백응선·박두규·김필원이 중심이 된 가운데 200여명이 모였다. 그러나 다시 주동자들은 연행되고 시위대는 강제 해산됐다.

23일과 24일에도 석방을 요구하는 만세시위는 계속됐다. 24일까지 만세운동의 핵심인물 14명이 모두 검거됨에 따라 만세 시위운동은 일단락됐다. 4일간 이어진 시위에서 29명이 기소됐고, 23명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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