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가원, 가정폭력 실태조사…피해 여성 ‘집안일 창피해 숨겨’
대부분 관련법 ‘몰라’…예방 위해 ‘가해자 처벌강화·교육 확대’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제주지역에서 가정폭력을 당한 장애인의 대부분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정폭력을 당한 장애인들은 아버지와 배우자에게 가장 많이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내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가정폭력 피해 당시 그냥 맞으면서 참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가정폭력 관련법에 대해서도 대부분 모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4일 ‘2014 제주도 여성·가족실태조사’ 연구를 통해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에서 12월까지 6개월간 도내 만 19세 이상 남녀 제주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가정폭력 관련 종사자 및 피해 경험자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자의 75.7%(2269명)가 피해자의 탓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총 피해건수는 308건(10.3%)으로 여성피해자는 66.9%, 남성피해자는 33.1%로 나타났다. 여성피해자가 남성피해자보다 갑절 많은 것이다.

여성피해자들은 배우자(33.5%)에게서 가장 많이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피해자들은 아버지(53.9%)에게서 가정폭력피해를 가장 많이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피해연령을 살펴 본 결과 아동기(7~13세)때 최초피해를 경험한 응답자가 53.0%로 가장 많았다. 심지어 유아기(1~6세)때에 가정폭력피해를 당한 경험자도 6.5%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한 유배우자 158명 중 지난 1년간 부부폭력을 경험한 유배우자는 56.3%였다. 특히 여성피해자가 68.5%로 남성피해자(31.5%)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들이 경험한 폭력유형은 정서적 폭력(50.2%) 신체적 폭력(29.4%), 성적 폭력(8.5%), 경제적 폭력 (11.9%)로 나타났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장애인 92명 중 가정폭력피해 장애인은 13.1%로 이들의 83.3%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피해 장애인들은 아버지(50.0%)와 배우자(41.7%)에게서 가장 많이 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가정폭력 피해당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폭력 당시 ‘그냥 맞으면서 참음’(56.0%)이 가장 많았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55.5%)보다 11.2%p 더 높았다.

가정폭력 피해경험자의 49.1%가 가해자 대한 분노 감정, 불안과 우울,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무력감,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의 상실감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정폭력을 당한 후에도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가 27.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가 23.6%였다. 특히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라는 응답의 경우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가정폭력 관련법과 공공서비스 인식률이 낮은 것으로 이번 연구결과 나타났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관련법에 대한 인지도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85.8%가 가정폭력 관련법을 모르는 것(내용은 모름 포함)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관련 기관 및 공공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 조사에서는 경찰(96.9%), 가정폭력피해자상담소(58.9%), 여성긴급전화(44.6%)는 잘 안다고 응답했다. 반면 여성폭력원스탑 지원센터(22.8%), 가정폭력예방교육(28.2%) 등 다른 관련 기관에 대한 인지도는 30%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가정폭력피해자들을 위한 정책수요조사에서는 ‘부부간 의사소통 개선을 위한 가족 치료 프로그램 제공’ 31.0%, ‘폭력 허용적인 사회 문화의 개선’ 30.2%,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자립지원 제공’ 11.2% 순이었다.

가정폭력의 예방을 위해서는 ‘관련법제도의 처벌강화’가 36.6%로 가장 많았고 ‘직장 및 학교에서 가정폭력 예방교육 확대’도 35.3%로 높게 나타났다. 그 외에 ‘유교적 가부장제 문화 개선’은 12.1%였다.

여가원은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가정폭력관련 정책 홍보확대 ▲대상별 가정폭력예방교육 확대 ▲가족치료 프로그램 지원확대 ▲맞춤형 보호지원 및 동반 아동지원 ▲피해자 비밀보장 강화 ▲가정폭력 통합 시스템구축 및 지원시스템 강화 ▲가정폭력 관련 기관운영 내실화 8) 경찰의 현장대응과 사법처리 강화 ▲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지원확대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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