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경상비 2월이면 바닥…긴급 수혈 필요에도 道 ‘기다리라’
'돌려막기' 등 편법운영 불가피…“죽은 자식 만져봐야 필요 없어”

▲ [제주도민일보]제주테크노파크 본부 (출처=다음 로드뷰)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제주도 산업진흥의 싱크탱크인 제주테크노파크(JTP)가 위기에 처해있다. 당장 수혈을 하지 않으면 사상초유의 대출을 받아 운영을 해야 하거나 편법적으로 운영해야 될 판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으면 150여 직원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지경에 놓인다.

때문에 집행부나 의회나 모두 자존심을 내려놓고 조속히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편성권을 가진 집행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예산전쟁에서 JTP에 배정된 예산 중 87억 원이 사라졌다. 이중 경상비는 19억 원이 삭감됐고 지방비 매칭 국비지원 사업비는 68억 원이 삭감됐다.

▶보릿고개 일찍 맞는 기업들…설 명절은 어떻게

이로 인해 JTP가 기업들에게 지원하는 사업들이 차질을 빚게 됐다.

JTP는 연간 추진하는 사업은 약 70여개다. 이중 전액 국비나 전액 지방비로 이뤄지는 사업 10여개를 제외하면 약 60개 사업 가까이가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비를 갔다 붙여야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데 올해 사업들 중에는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몇 개나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JTP는 편법적으로라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칙적으로는 지방비 매칭이 있어야 집행이 가능하지만 국비 범위 내에서 조금씩 집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발주가 늦어지면서 기업들의 보릿고개가 일찍 돌아온 데다 설 명절을 앞두고 빚을 내야할 상황이다.

통상 기업들의 보릿고개라 하면 3~4월이다.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1~2월에 착수금을 받지만 3~4월에는 예산이 나올 곳이 없다. 때문에 공공부분 조기발주는 기업들에게 보릿고개를 넘어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대거 예산삭감으로 착수금조차 지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 국가사업 유치는 물 건너가고 계약직 길거리 나 앉을 판

문제는 또 있다. JTP의 사업 대부분이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지방비 확보가 어려우면 패널티는 불가피하다.

사업 평가에서 지방비 매칭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JTP가 다음에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지방비가 차질 없이 지원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올해와 같은 상황에서는 JTP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내년 신규 사업 확보를 위한 타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타격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예산의 차질은 인력수급 문제로도 연결된다.

JTP의 전체 인원은 152명이다. 이중 74명은 정직원이고 78명은 계약직이다.

JTP가 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고용창출형 사업이다. 정부는 사업을 주면서 고용창출을 요구하는데 JTP에서는 그 사업을 관리할 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 예산이 차질을 빚으면 계속 사업의 경우 계약 연장이 어렵게 된다. 인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신규 사업에 대한 추가 인력 고용도 어려워진다. 차후에 예산이 반영된다고 해도 이들의 계약이 늦어지면 인건비를 반납해야 한다.

▶‘돌려막기’ 편법 운영 불가피…이마저도 안 되면 대출까지도

더욱 심각한 것은 JTP의 운영에 발등이 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예산전쟁으로 인해 JTP 본부 경상비 12억 원 중 11억 원이 삭감됐다. 산하 연구소 경상비 9억 원 중 8억 원이 잘려나갔다. 기껏 해봐야 경상비는 본부 1억 원, 연구소 1억 원 등 총 2억 원에 불과하다.

이미 JTP본부는 1억 원 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 달이면 이 경상비도 바닥을 드러낸다. 한 마디로 건물 유지보수비는 물론 공과금조차도 못 내는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JTP는 현재 건물 유지보수에 따른 계약 보류는 물론, 대금지급도 유예한 상태다.

물론 어느 정도 대책은 준비하고 있지만 이 조차도 편법적 운영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JTP는 경상비를 최대한 절약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조차도 안 되면 수익금을 쓸 계획이다. 수익금은 건물 임대료나 장비 임대료 등 JTP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적립해 놓은 것인데 이 수익금은 용도가 정해져 있다.

결국 JTP는 다음 달 중으로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돌려막기라는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JTP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TP 관계자는 “2억 원으로 경상비를 집행해야 하는데 다음 달이면 바닥을 드러낸다”며 “당장 들어가야 할 것은 행정 인건비와 공공요금인데 추경이 안 되면 단계별로 수익금을 써야 한다. 그것도 소진되면 대출을 받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계약직의 경우 신규 계약은 어려워지고 재계약은 꿈도 못 꾸게 된다”며 “고용창출이라는 목적조차도 달성할 수 없게 돼 이들이 처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조속한 추경이 이뤄져야 JTP의 위기는 해결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추경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제주도는 '기다리라'는 말로만 이들을 위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JTP의 목을 더욱 조르고 있는 상황이다.

JTP관계자는 “도에서는 상황을 기다려보라고 한다. 예산이 될 것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사실 아무런 액션이 없는 상황”이라고 허탈해 했다.

그는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도나 도의회의 이런 상태가 계속 가다가 고착화될까 하는 것”이라며 “이 상황이 길게 가면 ‘죽은 자식 만져봐야 필요 없는’ 상황이 된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제주도는 도의회가 두 번이나 예산을 삭감한 상황에서 제주도의회에 통과시킬 예산을 지목해 달라며 협의를 하고 있다. 현재 협의는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추경이 언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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