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친환경에너지의 선두 프라이부르크, 유럽환경수도 덴마크 찾아서…②-1

제주도는 세계환경수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고 천연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정책은 여전히 더디다. 게다가 난개발로 인한 중산간은 시름시름 앓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는 더욱 늘어나 전국에서 가구당 차량 보유대수가 가장 많은데 비해 자전거 활용은 여전히 모자라다. 이젠 제주도도 대기오염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

다행히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더 큰 제주를 지향하면서 중산간 개발은 멈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도정이 해결할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쓰레기 매립장은 확보됐지만 한계는 여전히 노출된 상황이다. 게다가 대기오염문제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추진으로 해결될 듯 보이지만 풍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희룡 지사의 공약인 대중교통 활성화는 이해관계가 복잡해 앞으로 해결은 산 너머 산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주도의회 고경실 사무처장을 비롯해 5명의 공직자들이 유럽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난 뒤 그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 자료를 냈다. <제주도민일보>는 이 자료를 9회에 걸쳐 연재한다.

방문단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7박9일 동안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 환경과 교통, 에너지의 선진 사례를 둘러봤다. 이번 방문단에는 고경실 사무처장(지난 15일자로 제주발전연구원으로 발령)과 한석대 입법정책관, 총무담당관실의 소연주 경리담당, 김태완 주무관, 입법정책관실의 강영심 주무관 등이다. <편집자 주>

□ 프라이부르크 그린시티 모범사례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서부 지방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에 있는 인구 22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도시로 면적은 153.06㎢로 제주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소도시다.

그러나 주변 도시에서 교통과 에너지 시스템 등 경제활동을 위해 찾아와서 공생하는 인구를 합치면 약 65만 명 정도라고 한다.

우선 큰 틀에서 유럽 대다수 도시들이 그러하지만 프라이부르크는 사람중심 도시를 최우선으로 지향하고 있다.

▲ 프라이부르크 시내 중심가 도로
대표적인 예로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사람이 얼마나 편하게 활용하고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프라이부르크 도로를 보면 자동차도로는 폭이 좁고 넓은 길은 사람과 자전거를 위해 배려하고 있다. 게다가 로터리는 인간을 위압하지 않는 어라운드형 교차로의 유럽방식이다.

모범사례는 프라이부르크 미래경영연구소 마이어 소장과 함께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브리핑을 받은 내용에 대해 교통과 쓰레기 재활용, 천연에너지와 교육이라는 4가지 주제로 분류해 소개한다.

▶ 교통

친환경 대중교통시스템이 가장 잘 짜인 도시는 브라질 꾸리지바라고 한다. 서울시의 시내버스 체계도 여기서 벤치마킹한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그런데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는 시민이 주체가 돼 교통문제를 선진적으로 혁신시켰다. 현재 그 뿌리가 제대로 내려 친환경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프라이부르크에는 자전거도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는 전장 500km의 자전거 도로망이 촘촘히 얽혀 있다. 게다가 자전거 보관시설, 자전거 출·퇴근자를 위한 직장 내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도 완벽에 가깝게 조성돼 있다.

교통수단 중 30%만 자가용이고, 나머지 70%는 대중교통과 자전거일 정도다.

▲ 프라이부르크 자전거 도로(왼쪽), 리젤펠트 도심 거리
▲ 자전거 비치-도로변·기업내부
시의원들이나 시청 공무원들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는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게 자전거가 비치돼 있는 점만 봐도 시정부에서 얼마나 자전거 타기 정책에 열성을 다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 국제교류담당 총괄국장 권터 브루거씨는 제주에서 도입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에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프라이부르크시는 계속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교통시스템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프라이부르크시에서의 자동차 이용은 어떨까?

그들은 도로변과 인도, 상가 곳곳에 주차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같이 6m 도로 양쪽에 불법 주차한 모습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그런 곳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차량의 진입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도심에는 자가용 차량 진입을 금지하고 있는 반면, 상가나 주택 등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만 진출입이 가능하다. 더욱이 주차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내, 차량이 없는 도로, 이게 시내권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부득이 자동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대여하고, 승용차 함께 타기(Car-Sharing)를 할 수 있게 항상 자동차 50대가 준비돼 있다.

▲ 프라이부르크 중심 도로(왼쪽), 보봉지구 도심 골목
자가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면 에너지를 줄이고 교통혼잡을 차단해 도심기능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으며 주차빌딩이나 지하주차장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프라이부르크 시내 모든 주택가에는 ‘자동차 시속 30km 제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로 인해 주택가에는 자동차가 달려도 배기가스나 소음이 적어지게 됐고 자동차와 자전거가 나란히 달리는가 하면 보행자도 안심하며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러다보니 교통사고의 위험도 놀랄 정도로 떨어졌다. 실제 프라이부르크 시내 주택가에서는 교통사고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 보동지구내 도로변 안전지역 표시
많은 재원이 들지만 ‘전동차’도입도 고려돼야 하는 미래 교통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도로중심에 전동차 구간을 마련하고 그 구간 내에는 잔디를 식재해 녹색도시로 가려는 정성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매년 5만4000명이 주변도시에서 프라이부르크로 매일 출근하고 있고 매일 1만6000명이 프라이부르크에서 주변도시로 출근하고 있는 특성을 고려해 전차-버스-주차장 시설이 하나로 연결돼 있도록 했다. 도심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 보봉지구 운영 중인 전동차(왼쪽), 가운데 녹색부분이 전동차로
주목할 대목은 ‘레기오카르테’라는 종합차량카드로 자가용을 제외한 국철, 버스, 노면전차 등 거의 대부분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카드의 가격은 성인 기준 48.5유로(한화 6만8000원)다. 이 카드 한 장이면 1개월 동안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프라이부르크시를 포함한 주변 4800㎢ 반경을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교통카드는 정기권을 구입할수록 저렴하고 1회용은 높은 가격을 줘야 한다. 학생들은 절반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사무처장 고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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