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수도의 시민

"우리가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울 것은 그곳의 경관이나 정책보다는 그 도시의 시민이다. 다시 말하면 환경수도 시민의 시민다움이다. 이 일은 행정부서 책상머리도 아니고 환경운동을 하는 일부 NGO들이 대행 할 일도 아니다. 모든 것은 시민들의 어깨위에 놓여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이 도시의 주체가 돼야 하고 생활속에 실천해야만 환경 수도 시민이 될 수 있다." - 박영신 녹색연합 대표

▶ 방문동기

우리는 제주의 독특한 지형적, 제도적 특성을 활용한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국제자유도시’란 비전을 설정했다. 단기간에 비전을 이뤄내기 위해서 효율성의 상징인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도 끊임없는 찬반 논쟁 속에서 내일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3800여건에 이르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 받아 자립할 수 있는 제도의 틀을 향해 조금은 느리지만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이것이 전부 일수도 있다는 사명감 속에서 비전도 전략도 올인해서 혼신을 다해 온 것이다.

그러나 2∼3년 전부터는 경제가치가 도민의 생활속에 체감되는 것보다 우리가 조상대대로 지켜온 환경자원이 듬성듬성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더 크게 체감하게 됐다.

특히 중국에 집중되는 관광시장이며 퇴색해 가는 문화적 특성, 그리고 균형순환보다는 조기회수의 경제흐름에 따른 부작용들이 도민사회를 불안하게 흔들고 있다는 조짐들이 여기저기에서 노출됐다.

이러한 결과들은 도정 책임자나 의회에서 새로운 리더들이 들어서는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러한 변화로 ‘도민을 하늘처럼 받들며, 더 내려서고, 더 새로워지고, 더 나아가겠습니다’는 의정슬로건과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더 큰 제주’라는 도정 슬로건이 탄생한 것이다.

제주처럼 제조산업이 취약하고 1차 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세계 개방화의 물결은 새로운 전략과 미래에 대한 대안적 방향성을 갖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 주어지는 봉급이나 챙기면서 적당히 지내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물론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일에 노력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 제주특별자치도 공동체의 일원이며, 특히 공직자로서 보다 열정을 담은 일들을 전개할 수 있다면 하는 작은 소망에 불을 지핀 곳이 있다. 몇 권의 서적을 읽으면서 현장에서 답을 찾고 싶었던 곳, 즉 프라이부르크와 덴마크 견학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고 벤치마킹을 했던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조례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어떨까 하는 생각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과제이기도 하다.

의회 혁신차원에서 추진하는 자치법규 정비사업에 이번 조사활동은 매우 의미 있는 일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와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들 지역과 연계해 의원외교를 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나를 자극했다. 이 아침에 나는 프라이부르크 숙소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 방문과정

나는 10년 전부터 김해창 기자가 쓴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는 책과 꾸리지바의 대중교통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 있게 추적하면서 이들 도시가 추진하는 정책들에 상당한 공감을 갖고 있었다.

공직생활 중 관광·문화·스포츠·교통정책 속에서 국장급 간부를 지냈다. 이중에서도 지역경제나 문화적 품격을 핵심논지로 살아왔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환경분야와 1차 산업 쪽에 또 다른 열정을 담아 낼 수 있다면 하는 희망도 담아왔다.

어찌됐든 도정의 리더가 새롭게 탄생하면서 의회 사무처장이란 직책을 부여받았다.

마침 입법정책관실에 제주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입법조사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계장·과장들에게 나의 생각과 구상을 말하게 됐다.

독일에는 제주국제관악제에 20년째 독일팀을 이끌고 참여하는 윤중현 선생이 우리의 기사가 되고 통역원이 되기도 하는 수고스러움을 담당해 줬다.

프라이부르크 미래경영연구소장 아스트리드 마이어씨와 프라이부르크시 국제교류담당 총괄국장 권터 브루거씨는 매우 친절하게 브리핑을 도와줬다.

특히 마이어 소장은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동안 우리 일행과 생태도시·대중교통·태양열·쓰레기 처리장 등을 동행하며 단순한 연수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내용들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프라이부르크시 국제교류담당 총괄국장 권터 브루거씨는 우리 일행의 방문에 “전기자동차 보급 등 제주도의 환경에 대한 노력과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 도의회와의 교류협력을 위해 프라이부르크시 의회 관계관의 방문요청과 우호협약에 대한 제안을 담은 구성지 의장의 친서를 전달하자 “시장과 의논해 답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다음은 덴마크였다. 자원순환형 농업형태를 매우 바람직한 모형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고 왔다. 그러나 낙농을 하는 목축업자에게 정보를 받은 내용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해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코펜하겐 시청을 방문해 2014년 코펜하겐이 유럽환경수도가 된 이유에 대해서 사례중심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유익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움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가치들이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그것을 놓침으로써 우리는 시간이 흐른 다음 무척 후회하지는 않을 것인지 하는 고민들 사이에서 우린 이 순간 여기에 와있는 것이다.

최근 한계비용 제로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인터넷과 협력적 공유경제의 부상을 주장하고 있는 ‘제러미 리프킨’의 이야기를 옮겨보고자 한다.

한계비용 제로사회 시민

“생물학자들은 보통 인간이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데 하루에 2000～2500칼로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늘날 20억이 넘는 사람들이 그보다 적은 칼로리로 살아가고, 그들 중 10억 명은 영양결핍상태로 분류된다. UN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세계인구가 35%, 즉 25억 명이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적절히 보장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려면 식량생산 자체만 70%가 증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통 미국인은 하루에 3,747칼로리를 소비한다. 70억 명에 달하는 모든 지구인이 평균적인 미국인처럼 상당량의 자원을 소비하면서 삶을 유지한다면 4∼5개의 지구가 더 필요할 것이며 지금 현재도 인류는 가난하든 부유하든 1.5개의 지구에 해당하는 자원을 먹어치우고 있다.” - 제러미 리프킨

자본주의 경제와 공유경제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변화하는 문제에서부터 인간의 행복에 관한 문제 등 매우 중요한 이슈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리 인류가 앞으로 지금 상태를 계속 가려면 네다섯 개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나 이론은 우리 제주특별자치도에 있어서 수용력,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고, 얼마나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한정 물질적 성장이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런 문제에 근거해서 구체적 환경문제 등을 살펴본다면 매우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프라이부르크와 코펜하겐에서 보았던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밝혀 보고자 한다. <제주도의회 사무처장 고경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