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준비생 황인선씨

▲ 황인선 씨
"상실의 시대를 사는 취업 준비생
좁아진 취업문에 허탈감 쌓여가
이 시대 청년위해 도전 기회를"

최근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특별채용으로 외교부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외부고시 2부 시험의 합격자 41%가 전·현직 장·차관 및 3급 이상의 고위직 외교관의 자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음서제 부활’이라는 비난과 함께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이같은 소식은 특히 취업을 앞둔 청년층에게 더 큰 상실감을 주고있다.

밤새워 고시 공부를 한 이들은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고 싶지만 시작부터가 다르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제주대 행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황인선씨(25·일도2동)에게도 이 같은 사건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소식임은 마찬가지다. 1년 뒤면 졸업을 하게되는 황씨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기 때문이다. 또래의 친구들 역시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황씨는 얼마전 특별채용이 확대된다는 행정안전부의 발표가 반갑지 않았는데 결국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다.

“학과 전공과의 관련이 있어 자연스럽게 공직을 준비하게 됐어요. 그런데 요즘 공무원 사회는 문이 너무 좁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특별채용으로 인해 대학 졸업 후 바로 들어가기가 더 힘들어진 거죠. 게다가 외교부 사건까지 터지고 나니 시험을 준비하는게 더 부담스러워 졌어요. 가진 사람들의 재산은 고착화 되고 없는 사람들은 위로 올라오기 힘들어 졌죠” 그러면서 황씨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부족한 우리사회를 아쉬워했다.

황씨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이 욕심나기도 하지만 만만치 않은 현실을 체감하면서 일반 기업으로까지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고민도 배가 됐다. 어떤 길로 가야할 지 명확한 해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도전정신이 없다는 기성세대의 지적도 많지만 황씨는 이에 대해 항변했다.

“우리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번 실패하면 다시 살아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죠. 그러다 보니 우리 세대도 실패를 점점 두려워하게 되는게 아닐까요? 만약 사회적으로 보다 많은 기회가 부여된다면 보다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면서 사는 것이 꿈이라는 황인선씨, 우리사회가 청년층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마련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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