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객지생활 마치고 귀향한 양우진씨

▲양우진씨

"제주 떠나 12년 외로운 객지생활
프로가 되기 위해 한 우울만 파
모든 기회는 ‘사람’을 통해 오더라"

제주를 떠나 객지생활만 12년. 긴 시간 우진씨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고 고향에 대한 향수는 더욱 짙어졌다. 그래도 ‘일’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양우진(34)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모 지방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각종 전산관련 자격증을 모조리 취득했다. 우진씨가 쓸어 담은 자격증은 지방대학 졸업자가 취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덕분에 유명 외국계회사의 한국 협력업체에 취업할 수 있었다.

“제 무기는 사실 졸업장도, 자격증도 아니었어요. 미약한 실력이었지만 컴퓨터분야 만큼은 그 누구와 겨뤄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심감이었죠”

서울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은 늘 제주에 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에는 급여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족시키는 회사가 없어 망설였단다.

우진씨는 제주로 귀향한지 벌써 2년째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향의 품으로 안길 수 있었을까.

“2~3년 전 업무차 제주에 자주 출장 왔어요. 어느날 클라이언트(병원장)께서 장비관리를 부탁하더군요. 그러면서 국내 중견업체를 소개시켜 주시더라고요”

당시 회사의 고객사였던 병원 영상의료장비 프로그램이 먹통이 됐다고 한다. 우진씨의 분야는 하드웨어였지만 다른 회사가 공급하는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말끔히 수리해 버린 것이다.

클라이언트 제의에 우진씨는 망설였다. 제의한 회사는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였고, 지금껏 일하던 하드웨어 분야가 아닌 소프트웨어 분야였기 때문이다.

큰 마음먹고 이직을 결심했다. 옮긴 회사에서 제주지사를 만들어 제주의 모든 고객을 관리하겠다는 포부로 말이다. 그리운 고향에서 가족·친구들과 함께 보낸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다.

결국 옮긴 회사에서 “제주의 고객사를 특별관리하라”는 특명(?)을 받고 지금은 제주지사장으로 내려왔다. 공교롭게 전 외국계 회사는 대형 다국적기업에 합병되고 말았다. 옮긴 작은 회사는 빠르게 성장해 상장기업이 됐다.

“사실 제 꿈은 단지 제주 정착이었을 뿐인데 기회를 잘 잡은 것 같아요. 깨달은 게 있죠. ‘세상의 모든 기회는 사람을 통해서 온다’는 것이요”

이직을 제안했던 고객과는 친분이 더욱 두터워졌다. 또 새로운 고객사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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