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위 “‘자기들끼리’ 원 지사 발언, 의도적·의회 모독”…사과 촉구
일부 의원 원 지사 신랄히 비꼬아 “의회 경시 철학·가치관 드러내”

‘원희룡 지사가 드디어 지방의회 개혁의 기수로 등극했다. 도탄에 빠져 있는 제주도민들은 환호할 것이다. 전 국민들도 지방의회 개혁의 기수인 원 지사를 환호할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중앙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비판의 대상자인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강한 성토의 목소리에 이어 원 지사의 사과까지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뷰 도중 일부 표현이 평소 의회를 갖고 있던 속내를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도의원은 원 지사를 비꼬는 표현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19일 오후 제주도 소관부서의 제2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벌였다.

그런데 이날 회의는 추경 심의보다는 원 지사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서 인터뷰한 내용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이날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토를 하던 도의원들은 박정하 정무부지사를 출석시켜야 한다며 한 차례 정회를 하기도 했다.

▲ 이상봉 의원
정회 후 속개된 회의에서 이상봉(새정치민주연합·노형 을) 의원은 원 지사의 인터뷰 내용 전체를 회의장에서 틀어 듣게 한 뒤 “‘예산을 짜는데 자기네끼리 짰다. 우리 중앙정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며 “도정의 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며칠 전 TV 대담에서 구성지 의장과 나름 예산정국을 잘 풀어보겠다고 다짐한지 며칠도 안 됐는데 도정 책임자로서 할 말이냐”고 박정하 부지사의 의견을 요구했다.

이에 박 부지사는 “인터뷰 중에 한 표현은 듣는 청취자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면서 “전반적으로 생방 진행 중에 의장이 제안한 협치 예산에 순수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발언인 것 같다. 이를 위해 의회를 비롯해 도민사회 우려가 생기게 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갈등을 풀기보다는 갈등 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본인이 협치를 하는 속에서 보좌진과 얘기들이 잘 된다면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산안 처리가 며칠 안 남은 상황에서 도의회와 해결하기 위해 시간이 짧음에도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 김황국 의원
이어진 김황국(새누리당·용담1·2동) 의원은 원 지사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원 지사가 ‘자기들끼리’라고 표현했다. 의회를 칭한 것이다. 도지사 신분으로 중앙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들끼리’라고 표현 했는데 어떻게 와 닿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박 부지사는 “생방송 중에 우발적이라는 표현”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 의원은 “아나운서는 제주도 현안에 다 알듯이 말했다. 사전에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라며 “제주도 대표인 지사라면 우발적 발언이 아니다. 미묘한 시점에서 신중하게 발언해야 할 도지사가 대의기관인 도의회를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꾸짖었다.

그는 특히 “지사가 평소에 의회를 생각하는 철학 내지는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난 발언”이라며 “지사는 공인이다. 지방 방송도 아니고 중앙 방송에서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지사의 철학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이 “의회에 대한 모욕이다. 그렇게 의회를 무시해도 되는가? 절대 그런 발언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 부분은 공식적으로 지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강력히 제안한다. 이 부분은 원 지사가 따로 말이 있어야 한다”고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박 부지사는 “엄중히 받아들여 신중히 검토해서 말하겠다”고 답변했다.

▲ 김경학 의원
경학(새정치민주연합·구좌읍·우도면) 의원은 원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꼬면서 성토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는 “방송을 들으면서 ‘원희룡 지사가 드디어 지방의회 개혁의 기수로 등극했다. 도탄에 빠져 있는 제주도민들은 환호할 것이다. 전 국민들도 지방의회 개혁의 기수인 원 지사를 환호할 것이다’고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박 부지사는 “오해가 있다. 제가 말할 성격은 아니”라고 비껴갔다.

김 의원은 “지방의회는 타도의 대상, 박멸의 대상이 아니”라며 “의회를 희생양으로 삼아서 중앙 정치 무대에서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며 날을 세우ᅟᅯᆻ다.

그는 “우리도 라디오프로그램을 할 때 원고를 주고받는다. 원 지사도 당연히 주고받았을 것”이라며 “준비된 발언이다.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 발언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박 부지사에게 사과를 건의하라고 촉구했다.

박 부지사는 “지적에 대해 엄중히 받아드리고 검토해서 상의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 지사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제324회 제2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의 상황과 관련 "의회가 자기들이 짠 예산에 대해서 도지사 보고 동의냐 부동의냐를 물어서 거기에 대해서 대답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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