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가 ‘소멸시효’ 이유로 책임이행 거절은 부당”

▲ 제주도민일보DB.

한국전쟁 직후 군·경에 의해 일어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인 ‘제주예비검속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0억원대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제주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유족 18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 179명에 10억5333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는 “희생자나 유족들이 예비검속(1950년 7~8월)이 있었던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주4·3사건위원회에서 각 원고들에 대해 희생자와 유족이라고 인정한 날(2010년 6월)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면서 희생자 본인의 경우 8000만원, 배우자인 경우 4000만원, 부모와 자녀인 경우 800만원, 형제자매인 경우 4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오모씨 등 유족 7명에 대해서는 “2003년 제주4·3사건위원회로부터 유족결정 통지를 받았음에도 3년이 지난 시점에 소를 제기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예비검속’은 범죄 방지 명목으로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 구금하는 행위로, 정부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수백명의 제주지역 주민들을 고구마 창고에 수감했다가 제주시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 등으로 옮겨 총살하거나 바다에 수장했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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