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임시회에 다시 제출되는 예산안에 따라 준예산 여부 결정될 듯
집행부-의회 모두 “준예산 절대 안 돼”…원 지사의 정치력 시험대에

▲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도의 내년 예산안이 한차례 제주도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때문에 제주도는 다시 예산안을 편성해 제주도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준예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다 준예산을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준예산이 편성된다면 원희룡 지사의 공약은 물론, 도의원들의 공약도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피해는 도민들에게 고스란히 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희룡 도정은 물론 도의회도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따라서 칼자루를 쥔 원희룡 지사가 앞으로의 어떻게 정국을 풀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5일 제324회 제2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열고 ‘2015년도 제주특별자치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 등에 대한 처리를 했다.

이미 구성지 의장이 ‘협치 예산’ 제안 당시부터 집행부와 의회 간에 갈등이 빚어진 상태라 이번 예산안 심의도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높았다.

그런데 판을 열자 예상대로였다. 각 상임위에서 그 동안 논란이 돼 왔던 협치와 관련해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문화분야 협치준비위원회가 예산심의까지 했다는 논란에서 의회의 예산심의 칼날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상임위에서는 347억 원이라는 예산을 삭감했다. 게다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이 보다 61억 원 더 많이 삭감해 1325건에 배치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주도가 갑자기 증액 예산에 대한 설명서를 요구했다. 의회는 단호히 거부했다.

이러한 양쪽의 대립은 끝내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5차 본회의에서 충돌로 나타났다.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펼친 원희룡 지사와 마이크를 꺼버리고 긴급 정회한 구성지 의장. 양측은 설전까지 벌이면서 서로의 주장이 옳다는 즉석 토론까지도 했다.

▲ 지난 15일 본회의가 열리는 도중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구성지 의장이 즉석에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맞서고 있는 모습.
논란은 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충돌로 인한 집행부와 의회간의 냉기류가 오래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18일부터 열리는 제325회 임시회에서는 오르는 예산안에 따른 후폭풍이다. 준예산을 말하는 것이다.

준예산은 인건비와 공공요금, 법적 필수경비만을 올해 수준에 준해 편성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다.

양쪽 모두 다 준예산은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 있다.

박영부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15일 예산안 부결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의회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긴 했지만 “도의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에 부결된 문서가 이송되면 다시 새로운 예산안을 편성해야 한다”며 “준예산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게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구성지 의장도 17일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어떤 경우든지 준예산으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양측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이번 임시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순조롭게 통과하느냐다.

칼자루는 원희룡 지사가 쥐고 있다.

의회는 현재 제주도가 어떤 예산안을 올릴지 주목하고 있다. 만일 변화가 없는 예산안을 올린다면 그대로 부결시킨다는 심산이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할 상황이 온다.

게다가 정국은 더욱 더 꽁꽁 얼어붙어 내년 예산안이 언제 처리될지도 미지수가 된다. 특히 이로 인한 비판적인 여론은 어느 쪽도 아닌 양쪽 모두에게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은 의회나 집행부도 알고 있다. 때문에 집행부도 또 다른 부결사태를 일으키는 예산안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회 역시 고심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희룡 지사가 의회가 삭감·증액한 예산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어떠한 물밑접촉을 통해 최대의 협상안을 제시해 의회의 양보를 이끌어 동의할지 주목되고 있다.

그가 칼을 빼들지 아니면 칼집을 도로 집어넣을지, 그것도 아니면 약간만 베고 도로 넣을지는 이번 임시회 마지막 날 결정된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