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YS 때 성적표와 현재 성적표 달라…의원들 소신에 의문

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JDI) 원장이 바라본 역대 정권의 경제성적표가 과거와 지금이 달라지면서 소신에 문제가 제기됐다. 강 내정자가 급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정권에 따라 달라지면서 그 시선은 곱지 않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28일 강기춘 JDI 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인사청문 과정에서 강 내정자가 과거 김영상 정부시절 당시인 1995년 ‘한국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한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제시했던 역대 정권 경제 성적표가 도마 위에 올랐다.

▲ 김희현 제주도의원
우선 이날 오전 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희현(이도1동 을) 의원은 “지금 시점에서 박정희 대통령,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경제성적을 꼽는다면 경제학자로서 점수를 어떻게 주겠느냐”고 물었다.

질문에 강 내정자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순으로 나열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김영삼 정부 당시에는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이 각각 12점으로 공동 1등이다. 다음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10점으로 2등까지 줬다. 박정희 대통령은 4위를 줬다”며 “왜 지금은 바뀌었나”고 따졌다.

그는 또 “지금은 박근혜 정부니까, 박정희 대통령에게 1등을 준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강 내정자는 “거기에 보면 점수를 매기는 기준이 굉장히 단순하다. 몇 가지 지표로 단순 평균으로 순서 매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후에서는 강 내정자가 단순히 점수만 매긴 것이 아닌 것으로 드라났다.

김희현 의원은 “당시 도표를 만들어서 역대 정권별 경제성적 점수 환산표, 생산구조, 지출구조 등 모두 분석해서 했다. 성장률에서 박정희 대통령 3등, 물가는 4등, 무역수지는 3등, 분배도 4등 총 6점으로 당시 꼴등했다”며 “그런데 좀 전에는 경제점수를 1등을 줬다.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강 내정자는 “단순 가중평균이다. 연구 논문도 아니다. 특강 자료였다”고 재차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최고경영자 과정의 대학원생을 모아서 도표를 만들고 생산 구조, 농림어업, 상공업, 광공업, 건설, 서비스 등 많은 자료에 의해 다 표시해 놨다”고 몰아세웠다.

▲ 김경학 제주도의원
강 내정자는 “학술적으로 했다면 그것보다 좀 더 과학적으로 했을 것”이라면서 “어떤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 감이라는 개념으로 답변 했지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소신문제다.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김경학(구좌읍·우도면) 의원도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 들었다.

김 의원은 “내정자가 계량경제, 거시경제가 전공이다. 지금은 박근혜 정권이다. 박정희 정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현재 권력 상황 때문에 그때 나름대로의 지표들을 통해 분석한 정권의 성적표인데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는 “경제성적 평가를 할 때 국민 총생산 증가율, 소비자 물가 상승률, 수출입 동향, 노동소득 분배 등 크게 4가지 지표로 분석한다”며 “그래서 박정희 정권이 꼴찌였다. 그렇게 말해놓고 이제 와서 박정희 정권이 1등이라고 하면 근거는 무엇이냐”고 따져 들었다.

▲ 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장 내정자
그는 더욱이 “정서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수준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거시경제를 전공한 내정자는 신중해야 한다. 차라리 ‘과거 경제학자로서 판단은 옳았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어야 했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JDI가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해서 엄청난 재정 부담을 초래하고 고스란히 시민피해, 국민피해, 도민피해로 오는 이런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소신 없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강 내정자는 “데이터를 업데이트해서 똑 같은 기준으로 해봐야 답을 해야 하는데 경솔하게 답을 한 것 같다”면서 “죄송하다. 근거 없이 그냥 생각에서 말했다”고 거듭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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