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메세나 관련 2억…2008년 개발된 고어서체 개발에 5억 편성
이선화 의원 “행정이 기업이냐? 변형된 보조금…서체 협치위 작품?”
이유 있는 지적에도 오승익 문화관광스포츠국장 궁색한 변명으로 일

제주도가 기업도 아니면서 ‘메세나’라는 사업 명목으로 변형된 형태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이 문화예술인에게 후원하는 것을 행정이 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게다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미 개발된 제주서체를 또 다시 개발한다는 계획이어서 예산편성과정에서 협치(준비)위원회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제주도의회 이선화 의원이 27일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 예산안에 대해 심의를 벌이고 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안창남) 새누리당 이선화(삼도1·2·오라동) 의원은 27일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잘못된 사업진행에 대해 추궁했다.

제주도는 내년에 메세나 결연사업으로 1억5000만원과 제주메세나협회 운영 지원에 5000만원을 계상하고 있다.

메세나는 기업이 돈 없는 가난한 문화예술인을 후원해주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문화예술 기부 행위다.

그런데 제주도가 이 ‘메세나’라는 이름으로 30개 단체에 일괄 500만원씩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이선화 의원은 “메세나 운동을 잘하라고 해서 업무보고 행정사무감사 때 얘기를 하는데 왜 도민의 세금으로 메세나 결연사업을 하느냐”며 “도정과 예술인이 하는 것은 메세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도민의 세금을 500만원씩 문화예술단체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에게 메세나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하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며 “도정이 하는 행태는 메세나의 본래 정신을 아니”라고 질타했다.

그는 더욱이 “제일 중요한 것은 ‘메세나’는 정산이 안 된다”고 추궁했다.

이에 오승익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의원께서 지적한 것도 맞다”면서도 “지금까지 메세나 운동이 지지부진해서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본격적으로 활성화을 위해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가려는 것”이라며 “정산도 할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오 국장의 변명에 재차 “메세나가 어떤 사업이냐? 행정이 기업이냐?”며 “도민의 세금을 메세나라는 사업명으로 집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꾸짖었다.

그는 더욱이 “차라리 사업명을 바꾸고 가야 한다”며 “메세나라는 사업의 옷을 입고 도정의 세금을 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 변형된 문화보조금의 형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공회의소로 가서 사단법인 제주메세나협의회를 설립해서 간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민간 경상 사업보조로 한다는 것은 도가 후원 기관이 된다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의원은 이날 제주어 고어서체 개발에 대해서도 강하게 성토했다.

제주도는 사업비 5억 원을 투입해 ‘제주어 서체 프로그램 및 키보드 입력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한다. 사업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미 제주어 고어세체는 이미 2008년 개발돼 제주도 홈페이지에 게재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윈도우용과 매킨토시용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컴퓨터 키보드 입력 프로그램도 모두 갖춰져 있다.

당연이 예산 낭비라른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도정이 진정으로 예산편성에 고심을 기울였는지 협치(준비)위원회의 일부 협치위원의 요구로 짜 맞추기를 한 것인지 의심마져 들고 있다.

이선화 의원은 “제주어 고어서체는 이미 도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특별한 허가 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자인 제주도가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며 “제주 고딕체, 명조체가 있는데 이것 말고 또 다른 어떤 서체가 필요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오 국장은 “없어진 쌍아레아와 아레아”라고 답변하자 이 의원은 “쌍아레아와 아레아도 다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국장은 이번에는 “컴퓨터로 문서화하는 작업 등을 할 것”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 의원은 한 술 더 떠 “윈도용, 매킨토시 용도 다 돼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가 됐다. 영상매체, 인쇄, 웹, 모바일용 등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2008년에 1억5000만원을 들여 만든 것인데 이번에 5억 원을 들여 만드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국장은 또 다시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는 “고어서체 개발도 있지만 컴퓨터 키보드 입력 프로그램도 개발도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그것도 가능하다”면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협치위 일부 위원이 있을 것 같다”면서 혀를 찼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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